ITC, 한·러 産에 ‘긍정’ 예비판정
美업계, 정책금융 문제 삼아 제소
에너지용 강관 가격 경쟁력 우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한국과 러시아 산 유정용 강관 제품에 대해 상계관세 예비판정 결과 긍정 결론을 내렸다. 유정용 강관에 대해 상계관세가 부과될 경우 사상 처음이다. 세아제강의 유정용강관 제품. [세아제강 제공] |
미국 정부가 한국산 유정용 강관(OCTG)에 대해 처음으로 상계관세(CVD) 부과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이 쿼터제 부과로 둔화된 상황에서 상계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강관업계는 가격 부담을 안고 유럽연합(EU) 등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전날 한국과 러시아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 상계관세 예비판정 결과, ‘긍정(Affirmative)’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예비 판정은 지난 10월 미국 강관업계와 미국 노동총연맹(AFL-CIO)이 “한국과 러시아, 멕시코, 아르헨티나 산 유정용 강관 수입으로 미국 산업계가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제소한 데 따른 결과다. 이들은 유정용 강관 생산자들에게 지원된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의 정책금융 프로그램 등에 대해 보조금 성격이라며 불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ITC의 결정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내년 12월 30일 까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한국과 러시아 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 보조금 지급 여부와 미국 내 산업 피해 조사를 이어가고 내달 30일 상무부 차원의 상계관세 예비 판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최종 판정까지는 약 1년이 걸리는 만큼 국내 강관 업계는 내년 말까지 상계 관세 부과 여부를 두고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미국시장에 유정용 강관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세아제강과 휴스틸, 넥스틸 등이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달라는 제소는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유정용 강관과 관련한 상계관세 제소가 실제 ITC 예비 판정까지 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올해 들어 유가가 급등한데다 내년부터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도 이뤄질 예정인 만큼 북미 시장에서 유정용 강관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에서는 미국 강관업체들이 증가하는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강관 제품을 견제, 내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ITC에 제소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강관 업계는 한 해 2015~2017년 평균의 70%에 해당하는 철강 제품만 수출하도록 하는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다. 유정용 강관의 경우 연간 약 46만~47만톤(t)의 제품만 한국에서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상계관세가 부과되면 쿼터 배정 물량 이내에서도 경쟁국가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EU 산 철강에 대해 수입 관세 25%를 면제하기로 합의했고 일본과 영국 등 기타 국가들과도 철강 수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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