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발사된 다트 우주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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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미국의 4000억원짜리 '뻘짓'인가, 아니면 인류를 위협에서 구할 영웅적 행동인가? 미 항공우주국(NASA)가 지난 24일 오전 발사한 다트(DART) 우주선을 두고 나오는 말들이다. 이 프로젝트는 3억2500만달러(약 4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만든 우주선을 소행성과 충돌시킨다는 전대미문의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NASA가 밝힌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목적을 살펴 보자.
◇ 우주선 충돌로 소행성 진로 수정
다트 프로젝트의 목적은 태양계 내에 수십억개에 달하는 소행성들의 지구 충돌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선행 연구다. 우주선을 보내 소행성에 충돌시켜 어떤 진로의 변화가 생기는 지 관찰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주 목적이다. 다트 우주선은 소형차 크기로 발사 후 약 1년간 우주를 항해해 지구에서 약 1100만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디디모스(직경 700m) 소행성의 궤도를 돌고 있는 디모르포스(직경 160m) 위성에 충돌할 예정이다. 함께 발사되는 이탈리아 우주국의 소형 위성이 전 과정을 기록하며, 유럽우주청(ESA)도 2024년 탐사선 헤라를 발사해 충돌의 효과, 즉 디모르포스 위성의 질량 및 궤도 변화 여부를 조사한다. NASA는 "다트 우주선의 충돌 후에 천체망원경 관측을 통해 디모르포스의 진로가 변경됐는지를 측정할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지구 방어라는 전 지구적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행성 충돌은 지구 생물체들에게 큰 위협이다. 6500만년 전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름 10km 이상의 거대 소행성은 당시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을 멸망시켰다. 1908년 러시아에 떨어진 50m 크기의 소행성도 원자폭탄 15개의 위력과 맞먹는 충격파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구 근처를 도는 소행성이 2만 3000여 개이며, 그중 지구를 위협할 만한 소행성은 20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중 3~4개가 지구와의 충돌 확률이 높은 편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지구를 스쳐 지나갔던 아포피스(파괴의 신)는 2068년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때 공포의 대상이 됐었다. 하지만 최근 NASA는 아포피스의 궤도가 불규칙해지면서 향후 100년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발표했다.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지구에서 3만7000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가 탐사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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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베누(101955 Bennu), 1950DA, 2007FT3 등 3개의 소행성이 각각 0.037%, 0.012%, 0.00014%의 확률로 100년 내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베누는 2182년 지구에 근접하는데 충돌 확률은 2700분의1이다. NASA는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베누의 진로를 바꾸기 위한 우주선 '헤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또 오는 2026년엔 지구 주변 4800만 km 이내 소형 소행성을 3분의2까지 감시할 수 있는 우주망원경 '니오 서베이어'를 발사할 예정이다.
한편 핵폭탄, 금속 막대 등을 이용해 소행성을 파괴하거나 궤도를 바꾸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패트릭 킹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100m 길이 소행성에 1메가톤급 핵폭탄을 터뜨렸더니 산산조각 나면서 99.9%가 지구를 비껴나갔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또 필립 루빈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 연구팀은 한국의 현무 4 미사일(벙커 버스터)처럼 금속 막대를 부착한 미사일을 발사해 충격파로 소행성을 파괴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2016년엔 러시아 과학자들이 아포피스 소행성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파괴하는 프로젝트를 검토했지만 지구에 미칠 악영향 등에 대한 우려로 취소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이온추진엔진 NEXT-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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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실에서 하면 되는 데 왜?
아무리 그래도 4000억원이나 되는 돈을 쏟아 부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과학자들이 정교한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가상 시험을 하는 방법이 훨씬 경제적이며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행성들이 다양한 물리적 특성ㆍ내부 구조ㆍ모양 및 지질학적 특징을 가진 복잡한 물체라는 점에서 반드시 '실제 상황'에서의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게 NASA의 설명이다. NASA는 "물리적 특성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소행성에 대해 실제 상황에서의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은 미래에 잠재적으로 닥쳐올 수 있는 지구 위협 소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의 모델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최신 우주 기술을 테스트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다트 우주선에는 존스 홉킨스 응용물리학연구소(APL)이 제작한 소형 자동 실시간 항법 장치(SMART Nav)가 설치돼 있는데, 지구와의 통신 및 보조없이도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는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이미지 촬영을 통해 스스로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를 구분해 접근할 수 있으며 충돌 4시간 전부터 자동으로 운전된다.
또 혁신적인 태양광 발전 기술도 다트 프로젝트를 통해 테스트가 이뤄진다. APL이 개발해 다트 우주선에 장착한 2개의 태양광 발전판은 접이식으로 폈다 접었다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태양광 발전판보다 3배 이상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NASA의 혁신적 제논(Xenon) 추진기(NEXT-C)도 테스트할 예정이다. 태양열 이온 추진 시스템인 NEXT-C는 다트 우주선의 보조 추진 장치로, NASA는 향후 심우주 탐사 임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해 볼 계획이다. 이온 추진 시스템은 양극이나 음극 전기를 띤 이온 입자를 전기장 안에서 가속시켜 그 반동으로 추진력을 얻는 데 화학 연료의 10배에 달하는 고효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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