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뉴스로 성장한 포털, 이제는 뉴스와 작별의 시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내년부터 뉴스 편집권을 완전히 내려놓는다. 대신 뉴스 서비스는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고 내거는 방식으로 바뀐다. 네이버도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방향성은 같다. 뉴스로 성장했던 포털 시대가 저물고 다양한 콘텐츠와 커머스로 무장한 플랫폼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지난 24일 콘텐츠 제휴 언론사 대상으로 '다음 뉴스 서비스 개편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알고리즘 추천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연령별 많이 본 뉴스 △열독률 높은 뉴스 등 랭킹뉴스 서비스도 사라진다.

알고리즘 편집 뉴스가 있던 자리에는 카카오의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뷰'(View)가 배치된다. 지난 8월 카카오톡에서 첫선을 보인 뷰는 이용자가 에디터가 돼 다양한 콘텐츠를 '보드'에 모아 발행한다. 언론사도 하나의 에디터로서 보드를 발행하고, 이용자가 선택한 뉴스는 아웃링크로 언론사 홈페이지에 연결된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네이버도 유사한 행보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네이버 역시 구독형 기사를 서비스하고 있고, 알고리즘 편집 역시 이용자의 기사 소비 패턴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하는 등 직접 편집과 거리를 둬 왔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먼저 움직이면서 네이버도 뉴스 편집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향성 논란에 AI 편집 도입했지만…결국 편집권 내려놔

머니투데이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갑작스럽게 뉴스 편집권을 내려놓은 배경에는 내년 대통령선거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간 네이버·카카오 뉴스는 꾸준히 정치권에 의해 중립성을 의심받아 왔다. 양사는 과거 기사배열 책임자 공개 등 '실명제'로도 뉴스 배열 편향성이 해소되지 않자, AI(인공지능) 알고리즘 배열을 적용했으나 이 역시 의혹을 벗지는 못했다. 알고리즘 역시 사람이 만들어서다.

앞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네이버 본사를 항의방문했고,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도 포털 알고리즘을 두고 여야 정치권이 편향성을 의심하며 뒷말이 많았다. 현재 국회에는 뉴스 알고리즘을 정부에 의무 제출하는 법안과 뉴스 편집권을 폐지하는 법안까지 계류 중이다. 지난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낙연 대표 관련 기사가 야당에 비해 적게 노출된다며 불만을 제기했던 이른바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 발언은 정치권 포털에 대한 불신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미 수년전부터 포털은 조금씩 편집권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뉴스 서비스를 개편해왔다. 카카오는 다음 뉴스에서 언론사 선택기능을 제공하고, 네이버도 보고 싶지 않은 언론사 기사를 숨길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지난 8월엔 1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발족해 뉴스 알고리즘을 검토받기로 했다.

이번 개편과 관련 카카오는 "지난 2년간 이용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이라는 큰 방향을 갖고 뉴스 개편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압박이 이들 두 회사가 뉴스에서 손을 떼게 한 원동력이라고 평가한다.


커머스·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 더는 뉴스에 미련 없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일각에서는 포털 내 콘텐츠로서의 뉴스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포털에서는 뉴스만큼 이용자의 '정주(定住)성'이 강한 콘텐츠가 없었지만, 지금은 동영상이나 웹툰·블로그 같이 즐길 거리가 다양한 상황이다. 정치적 부담 등 '득보다 실'이 큰 뉴스 직접 유통을 고수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2017년 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네이버·카카오가 뉴스를 활용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약 3528억원에 달했다. 이용자가 포털에 머무는 시간의 40%가 뉴스 소비이고, 이에 따라 포털은 광고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임종수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포털 성장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머무르게 한 뉴스가 지대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포털의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비즈니스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다 보니 뉴스가 중요한 콘텐츠가 아니게 된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포털은 다양한 시장의 주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며 커머스, 콘텐츠 매출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네이버는 최근 5년간 '프로젝트 꽃'을 통해 45만 스마트스토어를 육성해 지난 3분기에 커머스 매출만 38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웹툰과 게임을 앞세운 카카오의 콘텐츠 매출은 지난 3분기 9620억원에 달한다.

심지어 최근 뉴스 소비의 중심은 포털이 아닌 유튜브로 넘어간 상태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세계 46개국의 뉴스 소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전체의 44%로 카카오톡 이용 비율 27%보다 높았다. 일부에서는 뉴스 구독방식이 본격화되면 자신이 구독한 언론사 이외의 다른 매체 뉴스를 접하지 못하는 편향적 소비가 일상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유튜브의 '확증적 편향'이나 '반향실(메아리방) 효과'와 유사한 현상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는 대세가 됐고, 뉴스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20년간 변하지 않았던 뉴스 소비의 방식이 급격하게 바뀌는 셈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