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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람 친화적’ 기술·서비스, 코로나와 공존의 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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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키워드 ‘코로나 적정기술’

방문자 출입기록 의무화되고

온라인 교육·미팅 일상화하고

배달수요 폭증하는 변화된 세상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준으로

‘인간적인 삶’ 가능하게 도와준

비대면시대 새로운 기술·서비스들…

어떻게 고민하고 설계하느냐에 따라

우린 한결 다른 기술을 만날 수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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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친화적 기술을 선정해 시상하는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의 2021년 ‘제6회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화두도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였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전세계와 온 나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모두의 안전과 일자리를 급습해 위기 극복과 대응이 당면 과제였다. 2021년에도 코로나19 위협이 지속됐지만 차이가 있다. 백신 보급에도 코로나19 위기는 사라지지 않았고 개인과 사회는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일상을 이어가야 했다.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가 주목한 영역도 코로나19와 공존하는 현실에서 ‘좀 더 인간적인 삶’을 가능하게 도와준 기술과 서비스였다.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평가위원 7명은 거듭된 회의에서 코로나19로 나타난 새로운 생활방식과 사회 현실을 보면서 기술과 정책이 어떻게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는가에 주목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현실은 4가지 트렌드로 요약됐다. 첫째는 방역을 위해 방문하는 곳마다 추적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새로운 문화다. 둘째, 비대면 교육과 미팅이 점점 확대됐다. 셋째, 음식점 영업제한으로 인한 배달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관련 산업 종사자가 늘어났다. 넷째, 음식과 식재료 등 배달 서비스가 늘고 위생관념이 높아져 일회용품 등 생활쓰레기가 양산된 현상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각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해 개인과 사회가 일상과 산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왔고, 짧은 기간에 폭발적 이용과 확산으로 이어졌다. 비상국면을 버티게 해준 편리하고 유용한 기술과 도구이지만, 전례 없는 문제도 함께 가져왔다. 빛과 그늘을 함께 지닌 기술 사용의 결과인데, 당연하고 불가피한 경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과 서비스를 어떻게 고민하고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이용자들은 한결 다른 현실을 만날 수 있고 기술은 좀 더 인간적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시도를 찾아내 격려하고 확산시키는 게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의 목표다.

올해의 ‘대상’인 케이티(KT)의 ‘080 콜 체크인’ 서비스는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도구가 갖춰야 할 전형을 보여줬다고 평가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역학조사와 접촉자 동선관리를 위해 상가 등 각종 시설에서 방문자 출입기록이 의무화되어 일찍부터 수기 명부와 큐아르(QR) 체크인이 보급됐다. 기술 수준이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충분하지 않았다. 수기 명부는 개인정보 유출과 번거로움이라는 문제에 부닥쳤고 큐아르 체크인은 기술장벽으로 인해 사용하는 사람이 제한됐고 업주는 태블릿피시(PC) 등 별도의 장비를 갖춰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수신자 부담 무료전화를 이용한 ‘080 콜 체크인’은 첨단기술도 아니고 원시적 도구도 아니지만, 모두를 위한 ‘적정기술’로 훌륭히 기능했다. 기술적 장벽과 새로운 장비 설치 없이 누구나 전화 한 통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지 않고 방문기록을 전자적으로 남길 수 있게 해 코로나 방역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 친화적’ 기술의 상징이다.

사회공공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기도의 온라인 평생학습 포털 서비스 ‘지식’(GSEEK)은 코로나19 이전에 개설, 운영되었지만 그 가치가 코로나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한 경우다. 위키피디아, 개방형 대형 온라인 강의(MOOC), 유튜브 등 각종 지식 콘텐츠가 넘쳐나는 온라인 공간에서 경기도가 도민들의 평생학습을 위해 개설한 ‘지식’은 사용자들의 다양하고 전문적인 필요에 맞춤한 알찬 내용의 콘텐츠와 체계적인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다. 경기도민만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라는 점과 코로나로 현장 교육이 어려워진 각종 교육기관들의 교육 수요에 맞춰 화상학습 콘텐츠로 연계 활용되는 점은 잘 만들어진 지식 콘텐츠가 우리 사회의 자산이자 미래를 위한 도구라는 것을 보여줬다,

늘어난 배달 문화로 인한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도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고양시가 전국 최초로 배달종사자들에게 10만원 안전장비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에 사회공공 부문 최우수상이 주어졌다. 오토바이 사고는 사망률이 자동차 사고의 2배에 이르지만, 대부분의 플랫폼 업체들의 안전조처가 배달종사자의 면허증과 헬멧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이다. 배달종사자 스스로 안전장비를 마련해야 하는 현실에서 실질적인 안전 지원정책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회공공 부문과 이용자 부문의 우수상도 코로나19 공존 시대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들에 주어졌다. ‘이노버스’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3위 국가임에도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벤처기업 이노버스가 개발한 사물인터넷 기반의 폐플라스틱 분리배출 서비스다. ‘꼬리’는 갈수록 늘어나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사료·식습관 등 반려동물 키우기에 필수적인 정보를 비롯해 다양한 질병 증상과 치료법, 예방법, 평균 진료비 등을 제공해준다. 유기동물 입양 정보를 제공하고 캠페인을 통해 반려동물 복지에도 애를 쓴다. 다양한 종류의 노동 서비스의 아웃소싱을 중개해주는 전문인력 플랫폼 서비스인 ‘크몽’은 코로나19 비대면 상황에서 가치가 돋보였다. 노동력 제공자와 수요자 간의 매칭을 넘어 리뷰와 전문가 마케팅 제공 등을 제공해 이용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인공지능(AI) 체크리스트’는 자사의 각종 제품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용할 때, 개발 단계에서 윤리성과 사회적 가치 등의 구현을 사전점검하도록 하는 실질적 프로세스다. 인공지능 확산에 따라 윤리헌장 등 선언적 지침이 공표되고 있지만, 개발 과정에서 구체적 체크리스트 개발을 통해 실질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케이티(KT)의 ‘키오스크 교육용 앱’은 비대면 환경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무인 정보단말기(키오스크)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정보취약계층을 위해, 사전에 조작방법을 연습하고 익힐 수 있도록 개발된 ‘교육용 앱’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란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이 커지는 환경에서 사용자 주권을 드높이고 사람 친화적인 디지털 기술을 찾아 기술을 좀 더 인간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권위와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이 지표 개발에 참여하고 실무 검토 과정을 거쳐, 2015년 제1회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시상이 이뤄졌다. 평가는 이용자 부문, 사회공공 부문, 특별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기술과 서비스의 편리성, 안전성, 창의성, 가치창출성, 정보공유성, 공익성을 평가 지표로 삼아 검토가 이뤄진다.

2021년 6회째인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윤종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 리드)가 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심사를 진행했다. 윤 위원장을 비롯해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배영 포항공대 교수, 유도현 전 닐슨코리아 대표,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 채백련 빅웨이브 대표,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 7명의 전문가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전문조사단을 통해 사람 친화적 서비스를 조사하고 발굴한 뒤, 평가위원들이 참여하는 3차례의 평가위원회를 거쳐 수상 후보들을 검토하고 압축해가며 위원들 간의 토론을 통해 수상작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11월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 플라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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