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아프리카국장 "생계에 부담…오미크론 세계 곳곳서 발견된만큼 손 잡아야"
파우치 소장 "새 변이에 대비할 시간 벌어줄 수 있다"
27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인 여행객들.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출현으로 각국이 남아프리카 국가들을 상대로 속속 입국 및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하자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섞여나온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맛시디소 모에티 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 지역사무국장은 성명을 통해 "여행 제한은 코로나19 확산을 약간 낮추는 데는 제 역할을 할지도 모르지만 삶과 생계에 부담을 준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국제보건규약(IHR)에서는 만약 규제가 적용된다면 불필요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닌 과학을 기반으로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IHR은 196개국이 승인한 국제법으로 국제적으로 확산할 위험이 있는 질병이 발발했을 때 관리·대응 체계에서 각국이 갖춰야 할 권리와 책임을 규정한다.
모에티 국장은 "현재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 일부 지역에서 발견된 만큼 아프리카를 겨냥하는 여행 제한은 전 세계 결속력을 해친다"며 "코로나19는 끊임없이 우리 분열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해결책을 위해 손잡을 때만이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상에 새 변이를 알린 남아공과 보츠와나 정부의 신속성과 투명성은 칭찬할 만하다"며 "WHO는 생명을 살리는 공중보건 정보를 과감하게 공유해 코로나19 확산으로부터 세상을 보호해준 아프리카 국가들 편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미국 등의 입국 제한 조처가 필요한 규제라고 옹호했다.
파우치 소장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파력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 같은 경우 여행 제한이 유입을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대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각국의 기습 규제를 직격으로 맞은 아프리카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해당 규제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남아공발 항공편 등을 차단한 각국에 조치를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입국 제한이 과학적으로 정당화되지 않을뿐더러 오미크론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상국 경제에 타격만 더해 팬데믹에서 회복하는 능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오미크론 발견이 확인되자 영국과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미국,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주요국들은 남아공과 인근 국가에서 오는 항공편을 중단하거나 자국민 외 입국 금지, 격리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미처 대비할 시간이 없었던 여행객들은 오도 가도 못할 처지에 놓이면서 공항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kit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