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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운전 가중 처벌’ 위헌 판결한 헌재…헌법불합치 결정했다면 [승재현의 법대로]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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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음주운전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하였습니다.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량이 너무 중하다는 이유로 위헌을 선언한 것인데요.

기본적으로 형량은 국가의 입법정책에 속하는 문제로, 합리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현저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헌재의 입장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법원이 작량감경하면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자에게도 징역형은 1년 혹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징역형에 대해선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도 내릴 수 있으며,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집행유예 대상입니다.

이처럼 위헌법률심판 대상 조항의 형량 범위가 합리성과 더불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성을 현저히 침해했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위헌 판결을 했고, 이제 이에 대한 후속조치가 필요합니다.

어떤 후속 대책이 필요한지 조목조목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헌재 위헌 판결의 기속력(다른 행정기관도 따라야 하는 효력)은 판결 주문에 미치는데요

헌재의 이번 위헌 판결 대상 도로교통법 조문은 2018년 12월24일 개정 후 지난해 6월9일 다시 개정되기 전까지로 한정됐습니다.

그러므로 헌재 주문을 그대로 해석하면 현재 시행 중인 이른바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살아있습니다.

문제는 위헌 판결을 받은 구 조문이 현재 법률에도 동일하게 담겨있다는 점입니다.

헌재는 과거 이번과 같은 상황에서 심판 대상에 대한 판결을 하면서 현행 법률도 포함해 위헌을 선언하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침묵했습니다.

그러므로 현행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이 없다는 논리로 후속 대책을 안이하게 마련할 수는 없습니다. 효력이 형식적으로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없는 탓입니다.

먼저 수사 중인 사건은 현재의 가중조항을 고려하지 말고 단속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기준으로 진행하고 기소해야 될 것입니다.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가중조항이 아닌 음주운전을 기초로 해 공소장을 변경해야 합니다.

변론이 종결된 사건에서는 변론 재개를 신청한 뒤 공소장 변경 후 다시 결심을 진행하도록 조치해야 됩니다.

1심 혹은 2심 역시 재판 일정이 확정되기 전이라면 항소 혹은 상고를 통해 시정해야 합니다.

확정 판결이 된 사건이 문제인데요. 심판 대상 시행 법률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이는 당연히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행법에서는 확정 판결을 받은 이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을지 논란이 있습니다.

결국 현행법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이의 재심 청구 가부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볼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법원이 재심을 허용하더라도 무죄 판결이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가중처벌 규정이 위헌이지 음주운전을 했다면 그 행위로는 처벌받아야 하는 탓입니다.

재심 개시 결정 후 검찰은 관련 청구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재심 청구권자가 범한 음주운전을 기초로 해당 음주 수치에 따른 법정형에서 가장 높은 형량을 이끌어 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위헌 법조항에 따라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수형 중인 이에게 형법 제1조3항을 적용해 형 면제를 통한 석방를 해줄 수 있느냐 여부도 쟁점입니다.

재판이 확정된 뒤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됐다면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데요

이번에는 형벌 가중규정이 위헌으로 효력 상실이지 애당초 범한 음주운전도 효력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 바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재심 재판에서 선고한 형량과 수형기간을 고려해 석방 여부를 따지면 될 것입니다.

낙태죄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관련 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해 주는 헌재의 변형결정 중 하나) 결정을 했다면 또는 헌재가 주문 작성을 좀 더 신중히 했다면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에 따른 혼란을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요. 아쉬운 대목입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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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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