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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인사이드 스토리]금융사 거느린 카카오가 미국 기업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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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와 달리 미국 금융지주법 상 은행지주사 해당 금융권 '동일기능 동일규제' 물 들어올 때 노젓기 [비즈니스워치] 양미영 기자 flounder@bizwatch.co.kr

올해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카카오 금융형제의 기세가 매섭습니다. 이 둘의 시가총액은 각각 30조원대를 넘나들며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시총을 일찌감치 앞섰는데요. 모회사인 카카오의 존재감이 새삼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의 경우 금융지주사는 아니지만 카카오가 정점이 돼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것은 금융지주그룹과 유사합니다. 본래 국내에서는 거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결합을 막기 위한 금산 분리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금융업 선진화를 위해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일부 허용한 결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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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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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카카오가 미국 기업이라면 어떨까요. 금융연구원은 지난달 27일자 금융브리프에 게재한 '국내 금융지주그룹의 비금융플랫폼 허용 필요성'에서 이에 대한 답을 제시했는데요. 카카오가 미국 기업이라고 가정할 경우 국내와 달리 미국 은행지주회사법상 은행지주에 해당하고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총자산의 50% 이상이 금융업 및 금융관련 사업에 해당돼야만 금융지주회사법 적용 대상이 되는데, 미국 은행지주회사법에서는 미국 은행, 미국 은행 지주 회사의 의결권 지분을 25%이상 소유하는 등 사실상 지배를 하고 있으면 지주사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10월 말 기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27.26%로 카카오뱅크를 지배 중입니다. 미국에서는 분명 은행지주사에 해당하는데 국내에서는 은행지주사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죠.

이는 국내에서는 금융지주회사를 금융기관, 금융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의 지배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규정하는데 카카오는 비금융업 비중이 훨씬 높아 금융업이 주된 사업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등 빅테크 계열 금융사의 위세가 날로 커지다보니 금융지주사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인데요. '카카오가 미국 기업이었다면'이란 새삼스러운 가정도 결국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금융연구원은 데이터 확보 관점에서 볼 때 카카오그룹의 경우 금융과 비금융 플랫폼 안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금융사업 확장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지만 금융지주들은 사실상 비금융플랫폼 영위가 불가능해 고객확장에 제한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규제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요. 국내 금융지주의 비금융 플랫폼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인 셈이죠.

공교롭게 같은 날 금융브리프에는 '빅테크의 금융참여에 따른 위험 유형과 정책과제'란 제목의 금융포커스도 나란히 실렸는데요. 빅테크의 금융참여가 금융 효율성을 증가시키지만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양면성을 가지는 만큼 금융혁신과 금융안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금융연구원은 국내에서는 빅테크 금융참여로 인한 혁신 측면이 강조된 반면 이로 인해 발생가능한 다양한 위험 유형에 대한 검토와 규제방안 논의가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위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으면 빅테크의 금융참여가 오히려 금융산업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위험으로는 빅테크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결제 안정성을 위협하거나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고 고객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프라이버시를 훼손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보고서 역시 빅테크의 금융참여 방식이 다양한 형태를 띠지만 결국 '동일기능 동일규제'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사실 금융권에서 빅테크를 경계하는 논리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출현하고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디지털 금융 육성에 나서면서 빅테크와 핀테크가 급부상하자 금융권에서는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는데요.

다만 최근 금융위원회 수장이 바뀐 후 정책 기조가 기존의 혁신 일색에서 전통금융사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쪽으로 변화가 감지된 상황에서 나오면서 주목됩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지주사의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를 허용하고 은행의 겸영 및 부수업무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한 만큼 이같은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반대로 빅테크와 핀테크들의 경우 예전과 달라진 기류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인데요. 최근 핀테크산업협회를 이끈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읍소에 나서는 등 그들의 입장을 당당히 주장하고 있죠. 물론 최근 대세를 역전시켜 놓은 현 금융당국 수장들의 경우 대선 이후 또 바뀔 수 있는 변수를 안고 있는데요. 결국 현 분위기의 정책 기조가 내년에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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