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무릎관절염은 지긋지긋한 고통이다. 나이는 물론 날씨·운동량에 따라 통증 강도가 시시각각 변화해 관리가 쉽지 않다. 연골 손상 정도와 결림·통증 등의 증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정형외과 이언 해리스 교수와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심재앙 교수에게 퇴행성 관절염의 맞춤 치료 방안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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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어떤 병인가.
심재앙 교수(이하 심)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의 충격을 흡수하고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는 연골(물렁뼈)이 닳거나 손상되는 병이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을 굽혔다 펼 때 뼈가 직접 부딪쳐 극심한 통증과 기능장애를 유발한다. 노화·부상·비만 등 발병 원인이 다양하며 증상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X선·자기공명영상(MRI) 결과는 정상인데 무릎이 아파 못 걷는 환자가 있지만, 누가 봐도 퇴행성 관절염인데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통계(2013)를 보면 65세 이상의 무릎관절염 유병률은 23.5%이지만 방사선학적 유병률은 55.3%에 달한다. 퇴행성 관절염인데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Q : 관절염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심 관절통이 심할수록 활동량이 줄어 근력이 약해지고 근육량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떨어져 당뇨병 위험이 커지고 허벅지 근육의 치매 예방 단백질이 줄면서 조기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운동 부족으로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심장·폐 기능이 떨어지는 사례도 많다. 실제로 10년간 퇴행성 관절염을 앓은 환자는 건강한 또래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16%나 높다는 보고가 있다. 뼈가 적절히 자극받지 못해 10명 중 4명가량은 골다공증을 동반하는데, 설상가상으로 근력마저 떨어져 낙상으로 인한 골절 위험도 급증한다. 퇴행성 관절염을 부분이 아닌 전신 질환으로,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Q : 치료법이 다양한데.
심 크게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약물·운동 등의 보존적 치료는 근력·근육량을 유지해 통증을 줄이고 일상적인 활동이나 운동이 가능하도록 돕는 치료다. 손상된 관절 연골을 복원하지는 못해도 약해진 기능을 최대한 보상할 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으로 초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제안하는 치료법이다.
이언 해리스 교수(이하 해리스) 단지 통증만 있거나 연골이 심하게 손상되지 않았다면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 적절한 운동을 통해 근 손실을 예방하는 동시에 근육량을 늘리고 비만이라면 체중 감량, 항염증 약물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절염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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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수술 대신 시술을 선택하는 환자도 많다.
심 수술적 치료는 관절 내시경(관절경), 교정 절골술, 인공관절 수술이 있다. 이 중 관절경 수술을 흔히 시술이라 표현하는데 수술 시간이 짧고, 상처가 적게 남고, 곧장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존적 치료보다 치료비가 많이 들고 설령 치료에 실패해도 다음 단계인 수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무분별한 시술’이다. 영상 검사에서 연골 손상이 확인됐어도 관절을 움직일 때 결리거나 잠기는 느낌, 통증과 같은 기계적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굳이 수술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관절경 수술로 인해 통증이 악화하거나 드물게는 이차적인 골 괴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담 갖지 말고 한번 치료해 보자’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해리스 사실 퇴행성 관절염에서 관절경 수술은 효과가 없고, 되레 환자에게 유해하다는 근거는 지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2002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실린 미국 연구팀의 논문이 대표적이다. 퇴행성 무릎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그룹은 실제 관절경 수술을, 다른 그룹은 비슷한 흉터만 남긴 채 실제 치료는 하지 않은 ‘가짜 수술’을 집도한 뒤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두 그룹은 2년이 지나도록 무릎 통증이나 기능면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예외 없이 모든 그룹에서 환자의 증상이 호전됐고 개선 수준 역시 비슷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통증이 극심할 때 수술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지나 자연 치유되는 것마저 수술의 효과라 착각하는 것이다.
Q : 관절경 수술로 연골을 다듬으면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늦출 수 있지 않나.
해리스 아니다. 관절경 수술은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막지 못할뿐더러 그나마 남은 연골마저 제거해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허리 디스크나 테니스엘보, 발목 불안정증처럼 무릎 통증도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과 기능장애가 계속 악화한다면 수술이 필요하지만, 이때도 의사와 상담을 통해 수술 전후의 삶의 변화를 명확히 인지해야만 치료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심 손상된 연골이 관절 사이에 끼어 기계적인 증상을 유발할 때는 관절경 수술이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에 퇴행성 관절염의 병태, 병리학적 경과를 바꿀 수는 없으며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부분의 나라가 시술을 자제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외다. 관절경 수술(반월상 연골 부분 절제술) 건수가 인구 10만 명당 154건으로 미국(10만 명당 17건)이나 한국처럼 좌식 생활을 하는 일본(10만 명당 22건)보다도 월등히 많다. 영상 검사 결과 이상이 있다고 무조건 관절경 수술을 하는 것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대한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 후에 증상과 개선 의지, 건강 상태, 직업 등을 고려해 환자와 의료진이 적합한 치료법을 함께 논의·결정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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