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최후의 히든카드'가 인공관절 수술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형외과계에는 3D프린터와 로봇을 이용해 뼈를 얼마나 정확한 각도로 잘 깎아내느냐에 집중했다. 하지만 무릎뼈를 둘러싼 인대·힘줄의 균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데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환자 중심 치료' 원칙을 고수하는 강북연세병원 김용찬(54) 병원장은 최근 이 한계를 극복하고 개인마다 다른 무릎관절과 인대, 힘줄의 균형까지 맞추는 최첨단의 맞춤형 수술법으로 치료 성과를 높이고 있다.
김용찬 강북연세병원장은 바이오센서를 통해 무릎관절이 받는 압력을 측정하고 인공관절 이식 시 반영하면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무릎 운동성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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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의사의 손기술에 의존하거나 3D프린터로 출력한 수술용 가이드, 로봇 등을 이용해 관절을 깎고 인공관절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뼈는 정확히 절삭했어도 사람마다 다른 무릎관절의 압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까지는 없었다. 이런 이유로 간혹 무릎을 둘러싼 인대·힘줄·관절막이 늘어나거나 짧아지는 등 변형된 경우 삽입한 인공관절의 간격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고, 결국 무릎이 잘 구부러지거나 펴지지 않아 환자의 불편감이 상당했다. 김 병원장은 “단순히 뼈만 잘라내고 각도를 맞춘 기존의 수술법과 달리 바이오센서를 이용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사람마다 제각각인 인대·힘줄·관절막 등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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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안팎 압력값 재 관절 간격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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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센서는 무릎 내 압력을 측정하는 일회용 센서로, 인공관절 삽입 전에 이 센서를 무릎에 넣으면 무릎을 펴고 구부릴 때 무릎 내 압력값을 실시간 측정해 알려준다. 무릎뼈뿐 아니라 무릎뼈를 에워싼 인대·힘줄의 균형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바이오센서에 내장된 마이크로칩 덕분이다. 이 칩은 무릎관절의 안쪽·바깥쪽 압력을 각각 측정하고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블루투스)을 이용해 수술실 내 모니터에 압력 값을 띄운다. 김 병원장은 “무릎 안팎의 압력값이 각각 20~30파운드중량(lbf)에 들어야 인공관절 간격이 최적의 균형을 이룬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두 압력값이 모두 5lbf로 똑같이 나왔다고 해도 수치가 이 범위 안에 들지 않으므로 정답이 아니다. 만약 이대로 수술을 마무리했다간 인공관절 부위가 덜거덕거리며 헐거울 수 있다. 인공 연골의 두께를 조정해 압력값을 20~30lbf으로 높일 수 있다. 김 병원장은 “바이오센서를 이용하면 인공관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인공 연골의 최적의 두께를 찾을 수 있다”며 “균형 잡힌 무릎 인공관절은 추후 헐거워지거나 빠질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다 무릎이 자유롭게 잘 구부러지고 통증도 적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4년 미국 골관절외과학회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바이오센서를 활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무릎 굽힘 정도, 보행 능력, 계단 오르기 등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김 병원장은 강북연세병원이 바이오센서를 국내 최초로 들여온 2016년부터 현재까지 5년여간 바이오센서를 이용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1200건가량 집도했다. 그러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술기도 차별화했다. 그 예로 바이오센서를 선택할 때 제일 얇은 것부터 무릎에 넣고 뺀 다음, 조금 더 두꺼운 센서를 넣고 빼는 식으로 센서의 두께를 늘리며 인대를 조금씩 늘려 인대 균형을 맞춘다. 그는 “처음부터 두꺼운 센서를 넣을 수도 있지만 경험상 인대를 한번에 확 늘리는 것보다 조금씩 늘려야 수술 성과가 더 좋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1998년 인공관절 수술을 처음 집도한 이후 진화해 온 수술법을 모두 거쳐왔다. 김 병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은 인공관절과 인대, 힘줄 등 연부조직의 균형을 맞추는 게 핵심”이라며 “23년간 내비게이션 수술, 로봇 수술, 반치환술 등 모든 종류의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해 봤지만 바이오센서를 이용한 수술의 성과가 가장 우수하다”고 자신했다.
수술을 통해 한 번 삽입한 인공관절은 관리만 잘해도 평생 쓸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감염, 다리 골절 사고 등의 이유로 인공관절 수술을 다시 받는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60대 이상 환자 가운데 15년 뒤 재수술하는 사례는 7~8%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특히 감염은 수술 도중에 일어날 수 있어 병원·의료진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예컨대 수술 도중 튄 뼛가루가 의료진의 피부에 닿았다가 수술 부위에 떨어지는 식으로 의도치 않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김 병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자연스레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감염에 더 취약하다”며 “병원 수술실에서 감염 관리에 철저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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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먼지 99.97% 수술실 침투 차단
강북연세병원은 철저한 감염 관리를 위해 대학병원 수준의 ‘무균 양압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기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는 원리에 착안해 수술실 내부 압력을 외부보다 높여 외부 공기·바이러스가 수술실 내부로 침투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또 수술실 천장에는 거대 헤파필터를 설치했다. 세 단계의 여과 과정을 거쳐 공기 중 세균·먼지를 99.97% 걸러낸다. 깨끗해진 공기는 균일기류 발생기(라미나플로우)를 통해 천장에서 바닥으로만 흐른다. 수술실 내부 공기의 작은 입자가 서로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감염 관리 노력을 바탕으로 강북연세병원은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3주기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 김용찬 병원장의 인공관절 수술 전후 점검 포인트 조언
1. 수술 전 지병 알리기
뇌경색·부정맥·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면 수술 전 주치의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대부분 아스피린·와파린 등 피를 묽게 하는 약을 먹는데, 인공관절 수술은 출혈량이 비교적 많은 수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만성 신부전의 경우 혈액투석 시설이 있는 대학병원에서 수술받는 게 안전하다.
2. 수술 전 기초체력 높이기
환자 대부분은 수술 전 무릎이 아파 걷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그래서 기초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수술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초체력이 좋을수록 인공관절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한다. 실내용 자전거나 수영, 의자에 앉아 허벅지에 힘주기 동작처럼 무릎에 체중 부하가 덜 가는 운동 종목을 수술 전부터 실천한다.
3. 수술 후 감염 관리하기
수술 이후 임플란트 식립 등으로 잇몸을 절개하는 경우, 대장 내시경검사에서 용종 제거술을 받는 경우 절개 부위가 감염되면 세균이 혈관을 타고 인공관절 부위까지 옮아갈 수 있다. 피부 절개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주치의에게 항생제를 처방받고, 시술 하루 전부터 시술 후 2~3일간 항생제를 복용한다.
4. 수술 후 근력·골밀도 높이기
수술 다음 날부터 누워서 다리 올리기, 걷기, 실내용 자전거 타기 등 재활운동에 신경 써야 한다. 물론 재활운동으로 수술 후 통증이 심해진다. 하지만 근력을 빠르게 회복해야 인공관절에 가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칼슘·마그네슘을 보충하면서 골밀도를 높이면 낙상 시 다리 골절로 인한 재수술 위험을 낮춘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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