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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출근 전날 PD에 "연봉 500만원 깎자"…구독 60만 유튜버 채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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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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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6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이 영상 PD를 채용하면서 출근 전날 갑작스럽게 연봉 500만 원을 낮춰 부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출근 전날 제안 연봉 500(만원) 낮춰 부르는 기업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돼 주목을 받았다.

경력 6년 차 PD라는 작성자 A씨는 클래식 음악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모 회사와 최근 면접을 진행하고 출근을 결정했다. 이 유튜브 채널은 ‘또모’로, ‘모바일 세대를 위한 클래식 음악 콘텐트’를 주요 소재로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음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 함께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A씨는 첫 출근 전날, 회사로부터 “연봉 500만 원을 낮춰도 되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이 회사 면접에서 ‘정규직 계약 및 연봉 4000만 원’에 합의했는데, 갑작스레 출근 전날인 지난 5일 “사내 논의 결과 3500만 원의 연봉이 책정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A씨는 “전 직장, 그 전 직장 연봉보다도 낮다”며 아쉬움을 표했지만, 회사는 “정규직으로 당신을 채용하는 데는 리스크(위험 부담)가 있다. 당신이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주변에서 업무 태만을 한 걸 봤다” “우리 회사에선 처음 근무하는 것이기에 업계 초봉 기준으로 책정했다”고 주장하며 입장을 고수했다.

계속해서 입장 차이를 보인 A씨와 회사 대표는 언성을 높이는 상황에까지 다다랐다. 결국 출근하지 않기로 한 A씨는 “입사 전 아이디어 노트에 메모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지 궁리하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진다”며 “사람을 너무 믿은 탓인가. 멍하다”고 털어놨다.

중앙일보

또모 채용 갑질을 주장한 글(왼쪽)과 또모를 운영하는 회사 백승준 대표 사과문 [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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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또모를 운영하는 회사의 백승준 대표는 직접 해당 글의 댓글을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백 대표는 “이번 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아직 부족한 상황이고 경영 경험, 지식이 많지 않다. 인사 노무 체계 등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채용을 진행하다 보니 작성자 분과의 연봉협상 과정 중 실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성자분과 따로 만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릴 예정”이라며 “앞으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낮은 자세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측 “지원자 태도 등 문제 있어 연봉 조정” vs A씨 “문제 있었다면 채용 거절했어야” 공방 지속



한편 백승준 대표는 논란이 불거지고 기사화가 이뤄진 뒤인 6일 오후 10시경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재차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다면서 최초 논란을 제기한 지원자에게도 일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백 대표는 “4000만 원 연봉은 최종 연봉을 제안했던 게 아니라, 고려해보겠다는 취지였다”며 “아울러 지원자가 6년 차 경력자이고 대리, 과장급이었다고 글을 쓰셨지만, 확인 결과 입사 전 3개월 계약 근무했던 직장에선 월 300만 원을 받는 프리랜서였다. 경력이 주로 계약직, 프리랜서였다. 또 제출한 서류 상 경력 중 1년 5개월, 6개월 근무 퇴사 후 재입사해 11개월 근무한 두 곳을 제외하곤 1년 이상 근속한 기업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원자분이 정식 출근 전 회사에서 주최한 공연에 초대받아 참석했는데, 당시 회사 직원들에게 보여준 태도는 면접 당시와 달라, 팀원들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며 “어떠한 이유라도 입사 전 이런 문제로 개인에게 상처를 드린 회사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지원자의 경력, 지위, 능력, 기존 연봉, 팀원들의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사 전 연봉을 3500만 원으로 조정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6일 오후 10시 50분경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글을 올려 백 대표 입장에 재반박했다.

A씨는 “나는 블라인드 글, 면접 자리, 회사 관계자들과 통화 어디에서도 내가 대리, 과장급이라고 한 적 없다. 다만 이전 직장에서 파트장급이었다고만 했다”라며 “또 잦은 이직이 채용에 있어서 문제였다면 채용을 거절하셨어야 한다. 이 과정은 출근 전날 12시간을 남겨놓은 시점이 아닌, 면접 과정에서 끝나야 한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회사 측 주최 공연에서도 넥타이를 하고 평소에 잘 입지 않는 복장으로 신경을 썼다.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도울 일은 없냐’며 계속 여쭤봤다. 내 태도가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대표님 표현에 의하면 명시적으로 고려된 4000만 원 연봉이 며칠 새 3500만 원으로 깎였느냐”고 반문했다.

또 “사전 합의 없이 내 커리어와 연봉을 노출하셨고, 심지어 틀렸다”라며 “나는 2년 4개월 간 한 직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또 월 300만 원의 금액을 받아가는 프리랜서라고 하면서, 이전 회사의 ‘법인카드 포함 연봉’은 의도적으로 게재하지 않으셨다. 나는 사실 관계를 과장하고, 허위 내용을 계속해서 올린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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