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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성엽의 IT프리즘]디지털 법률플랫폼과 변호사의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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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 ⓒ 뉴스1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이끌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검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품 내지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를 매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역할을 바탕으로 디지털 플랫폼은 변호사의 법률서비스 정보를 제공하고 기초적 상담은 물론 수임계약 체결을 중개하기도 한다. 법률 분야에 특화된 이런 플랫폼을 디지털 법률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일반적인 디지털 플랫폼 외에도 모빌리티, 금융 분야의 플랫폼도 독자적인 기능을 제공하면서 시장에서 기존의 레거시 사업자와 충돌하고 있으며, 디지털 법률플랫폼의 경우에도 기존 변호사 직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변호사법 제34조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이다. 동조 제1항 따르면 누구든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사전에 금품ㆍ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고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ㆍ알선 또는 유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즉, 비변호사는 변호사를 소개ㆍ알선 또는 유인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 디지털 법률플랫폼이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이슈가 되었던 디지털 법률플랫폼 '로톡'은 구체적 사건을 매개로 하지 않는 광고형 플랫폼으로서 변호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약체결 방식과 수익창출 형태가 법률플랫폼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핵심인데 '광고형 플랫폼'은 변호사로부터 사건 소개 등의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지 않고 온라인상의 광고 공간을 제공하는 대가로 정액의 광고료만 지급받으므로 변호사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법률플랫폼이 광고형 플랫폼이냐 아니면 중개형 내지 수수료형 플랫폼이냐는 성격 규정에 따라 변호사법 위반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플랫폼의 대가 수취와 특정 사건과의 관련성 여부가 핵심 요소인 것이다. 다른 국가는 어떨까.

독일의 법률시장에서는 전문적인 변호사에 의한 법률서비스와 별도의 변호사 자격을 갖추지 않는 자의 법률서비스가 공존하고 있다. 법률서비스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들이 재판 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로서 관계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경우 법률상 정해진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독일은 최근에 법률서비스법을 대폭 수정하여 법률서비스 영역에서만 인정되었던 성공보수 약정이 부분적으로 비변호사에게도 가능하게 되었고 변호사와 비변호사 사이의 협력도 가능하게 되었다.

일본에는 2005년 설립된 벤고시닷컴이라는 플랫폼이 있는데,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 변호사 전체 약 4만20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약 2만360명이 등록되어 있다. 사용자와 무료 등록변호사로부터는 요금을 받지 않으며 유료 서비스의 등록변호사로부터는 정액 요금을 받는다. 플랫폼은 상담내용에 관해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일본 변호사법 제72조 상 금지되는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를 주선하는 행위를 위반하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대한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과 '변호사윤리장전'을 개정해 로톡과 같은 온라인 법률플랫폼 등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광고와 이에 대한 변호사들의 협조를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위반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동 조치가 사업자단체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26조 1항 1호, 구성사업자(변호사)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같은 법 제26조 1항 3호, 사업자단체는 법령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그 사업자단체에 가입한 사업자에 대해 표시·광고를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표시광고법 제6조 1항 등을 위반했다는 의견으로 심사보고서를 변협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사 제도는 개개인의 영업활동이 아니고 '법률위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변협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규율할 수 없어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사업자 단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공정거래법 제58조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률 또는 그 법률의 명령에 따라 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법률플랫폼과 변호사와의 갈등에 대해 주무부서인 법무부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디지털 법률플랫폼 입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변호사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기존 변호사 직역과 디지털 법률플랫폼의 갈등을 신·구 사업자의 갈등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즉, 모빌리티 분야 ‘타다’ 사건과 유사하게 기존 사업자들인 변호사 단체가 기존 법령으로 기술혁신을 가로막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다만, 이와 달리 변호사의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변호사법의 취지상 불가피하게 디지털 법률플랫폼의 행위는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관점도 있다. 예컨대, 변호사 소개에 과거의 사무장 내지 브로커가 개입하는 것과 유사한 형국이 나타나거나, 디지털 법률 플랫폼이 광고비를 많이 내는 변호사를 많이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법률서비스 시장의 수임구조를 왜곡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관점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 이들 간의 갈등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은 법률소비자의 편익이다. 플랫폼이 법률소비자의 편익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변호사도 법률소비자의 보호를 주장한다. 하지만 법률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소비자의 편익을 막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디지털 법률플랫폼의 부작용을 방지하면서 그로 인한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야 한다.

사실 전 산업의 플랫폼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흐름이다. 따라서 플랫폼 상 변호사 광고 등을 마냥 금지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법에 이를 허용하는 새로운 규율 및 감독체계를 만들고 대신 이에 대한 규제는 변호사 단체와 법률플랫폼이 공동으로 자율 규제하는 방식으로 법률플랫폼에 의한 법률서비스를 활성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2bric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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