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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끝 안 보이는 ‘택시대란’, 왜?…“심야수당 꼴랑 3000원, 안 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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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각종 지원책에도 기사들 ‘시큰둥’

취업지원금·추가수당까지 등장

“코로나로 떠난 택시, 안 돌아와”

헤럴드경제

지난 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D 택시회사. 최근 택시기사가 줄어 빈 택시가 늘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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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D 택시회사. 서울 법인택시회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곳이지만 최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사 소속 택시기사 손모(60) 씨는 “돈 벌이가 안 돼서 최근 2년 사이 기사들이 많이 떠났다”며 “회사에 텅 빈 택시가 다 쌓인 지 꽤 됐다. 택시업계가 역대 최악의 상황에 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9월 법인택시 가동률은 34%에 불과했다.

최근 서울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한 심야 택시 대란의 원인에는 ‘택시기사 실종’이 있다. 코로나19로 오랜 생활고에 시달린 택시기사들이 생업을 포기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서울시와 택시업계 등이 취업지원금에 ‘심야수당 3000원’ 카드까지 꺼내며 택시기사를 유인하고 있지만 “너무 늦었다”는 비관적인 의견이 나온다.

7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서울시와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법인)·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합동으로 심야시간에 홍대, 강남, 종로 등 서울 번화가에서 손님을 태울 경우 건당 3000원의 추가수당을 주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와 조합들이 합동으로 운영하는 심야 승차지원단에는 법인택시 92개사가 참여한다. 택시기사가 금요일 오후 11시부터 토요일 오전 1시까지 번화가에서 손님을 태우고 영수증을 보관하면 조합에서 돈을 지불하는 식이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고령의 택시 기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밤거리로 나서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한 법인택시업체 관계자는 “꼴랑 한 건에 3000원이 더 붙는데 굳이 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택시기사의 노동값이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8일부터 시작하는 ‘첫 택시취업박람회’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해당 박람회는 올해 취업하는 운수종사자에 1인당 총 60만원의 취업정착수당을 지급하고, 택시운전자격 취득에 필요한 비용 9만1500원을 지원한다.

30년 경력의 택시기사 오덕균(68)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하루에 3만원도 못 버는 날들이 많았다. 동료들도 속속 택시를 관뒀다”며 “택시기사들이 정말 힘들 때 지원을 해 줬어야 했는데 이젠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수입이 급감하면서 서울의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는 2019년 3만527명에서 2021년 10월 기준 2만95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택시업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심야 택시 대란은 그동안 곪아 있던 택시 수급 문제를 코로나19가 터트린 것”이라며 “사납금 제도와 같은 택시업계 문제 해결과 함께 모빌리티사업 육성 등 정부의 총체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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