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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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씨는 ‘커튼’ 뒤에서 내조 운운할 게 아니라 국민과 언론 앞에 나와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왕(王)’자를 손바닥에 새기고 다녔던 후보와 커튼 뒤의 배우자”라며 이렇게 비판했다.

송 대표는 “마치 옛날 궁궐에서 어린 왕을 내세우고 수렴 뒤에서 어전회의를 지켜보는 노회한 대비마마의 사극이 그려진다”라고도 적었다. 송 대표의 글은 임태희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의 말을 교묘하게 받아친 것이다.

임 본부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이른바 ‘김건희 등판설’에 대해 “(김건희 씨가) 정치에 전면으로 나서기보다는 ‘조금 커튼 뒤에서 후보를 내조하는 역할에 역점을 두지 않겠나’라고 듣고 있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에 선출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윤 후보도 부인 김 씨의 명확한 등판 시점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선대위 발족식에서 ‘김건희 등판’ 시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밤에 집에 가서 물어보겠다”라고 답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선 “어제 제가 좀 늦게 들어가서 자세히 이야기 못 나누고 잤다. 뭐, 적절한 시점에 국민들 앞에 나와서 활동하지 않겠나”라고만 말했다.

야당 선대위 출범에 따라 여권에선 “김씨 등판이 가까워진 것 같다. 공세의 고삐를 더 죄야 한다”(경기도 출신 민주당 선대위 인사)는 말도 나온다. 후보 배우자 대결에 대비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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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의 연속 등판…“김건희 향한 은근한 압박”

이재명 후보측은 김건희씨와는 달리 공개행보를 이어온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태세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초선 의원은 “오는 11~12일 이 후보의 주말 지역 일정에 김혜경 여사가 동행하는 일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추후 일정에도 김 여사를 적극적으로 앞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5일 전북 정읍 성광교회 주일예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이마를 훤히 드러내는 헤어스타일로 바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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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11월 9일 낙상사고 9일 만인 11월 18일 이 후보와 서울 고척돔 야구장을 찾으며 ‘폭행설’ 등 논란을 불식했다. 이후로는 이 후보의 지역 일정인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충청·호남 일정을 동행했다. 김씨는 이 후보가 전통시장 등에서 다수의 유권자를 만날 때마다 이 후보 허리를 감싸거나 손을 끄는 등의 ‘현장 내조’를 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기념관을 홀로 찾을 때는 이마를 훤히 드러내는 헤어스타일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에선 “이른바 ‘영부인 스타일’을 은근히 보인 것”(민주당 보좌관)이란 말도 나온다. 김씨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광주에서 6개월 동안 비공개 봉사활동을 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에 임명됐던 2019년 7월,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 후보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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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방영된 TV조선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이 후보는 부부 동반 출연했다. 반면 같은 방송에서 윤 후보는 홀로 출연했다.

민주당 선대위 인사는 “김혜경 여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김건희 씨는 왜 나타나지 않느냐’는 여론의 압박을 윤 후보가 받게 될 것”이라며 “만약 김건희 씨가 공개 행보를 시작하더라도 김씨의 개인 의혹이 다 풀리지 않은 만큼 민주당엔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효성기자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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