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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기술주 지금 사도 되나…PER 높지만 이익 성장률 여전히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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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로 미국 기술주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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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등 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글로벌 증시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에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서학개미들은 애증의 기술주 비중을 늘릴지 고민에 빠졌다.

상당수 서학개미들은 증시 변동성 확대를 미 기술주 매수 기회로 봤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증시 반등을 목격하면서 투자자 사이에 일종의 학습 효과가 발현된 결과다. WHO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확인된 날이 지난 11월 9일. 서학개미들은 11월 이후 최근까지도 기술주 매수를 주저하지 않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최근 1개월(11월 2일~12월 1일) 사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34억9700만달러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전기차, 반도체, 메타버스 등 기술주를 집중 매수했다.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순매수 금액은 7억5700만달러로 1위였다. 2위 엔비디아 순매수 금액은 4억2800만달러다.

이외 투자자들은 전기차 제조사 리비안(2억5800만달러),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2억3000만달러),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아이온큐(1억990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억7000만달러) 등의 주식을 사들였다. ETF에서도 이런 투자 성향은 그대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은 메타버스 ETF인 ‘Roundhill Ball Metaverse(META)’ ETF를 9035만달러로 가장 많이 사들였다.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Invesco QQQ Trust(QQQ) 역시 8851만달러를 순매수해 뒤를 이었다.

통상 금리 인상은 기술주에 악재다. 기업가치 산식에 따르면 분자에는 기업의 현금흐름(배당 혹은 잉여현금흐름)이, 분모에는 할인율을 의미하는 r(시장요구수익률)에서 성장률 g를 뺀 값이 자리한다. 이를 풀어보면,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 혹은 이익을 투자자 요구수익률에서 계속기업으로 성장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성장률 g를 뺀 값으로 할인한 것이 곧 기업가치라는 의미다. 지금처럼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센 상황에서는 할인율 r이 상승한다. 분자를 할인하는 분모값이 커지므로 기업가치는 뚝 떨어진다. 특히 기술주는 높은 성장 과실을 누리려 당기에 벌어들인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설비 투자에 쏟아붓는다. 이 때문에 현 성장 단계에서는 이익이나 현금흐름이 플러스를 기록하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기술주 기업가치를 매길 때는 수년 뒤 현금흐름을 미리 가져와 적용한다. 현재로부터 먼 기간의 현금흐름을 지금 시점으로 당겨올 때는 할인율의 배수(멀티플)가 커지므로 기업가치 변동성 또한 확대된다. 최근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기술주 악재’라는 기존 주류 시각이 팽배한 가운데, 한쪽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반론이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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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미국의 IB BoA는 연준이 테이퍼링(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을 내년 6월 혹은 그 이전에 마무리한 뒤 내년 7월과 12월, 총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변동장에서는 방어적 투자 전략이 유리하며 나스닥 기술주가 가장 위험하므로 매수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술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팻 테일 리스크’가 금융 시장을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팻 테일 리스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나온 단어다. 통상 주식 시장에서 팻 테일은 확률 분포의 마이너스 영역에 속하는 왼쪽 꼬리가 두꺼운 경우를 뜻한다. 다시 말해, 예외적인 변수가 늘어나 평균적인 분포에 기반한 예측으로는 설명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는 미 연준이 이르면 내년 7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본다. 기준금리 인상 시 기술주에 단기 악재가 될 것으로 보면서도 기술주 투자가 유망하다는 기존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 코스틴 수석 전략가는 인건비 상승 압박에 직면한 유통 업체보다는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기대되는 기술주가 유리하다고 봤다. 그는 “물류 대란이 해소되더라도 앞으로도 몇 년간 일자리 시장에서 구인난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므로 투자자들은 EBIT(이자·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인건비가 높은 주식은 피해야 한다”며 구글 알파벳과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 메타플랫폼, 반도체용 화학 소재 업체 캐봇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을 추천했다.

금리 인상이 기술주에 단기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현 기술주 주가를 마냥 고평가로 치부하기 힘들다는 견해에는 그 나름의 근거가 있다.

기술주를 달리 볼 수 있는 재무지표로 PEG(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가 있다. 이는 증시에서 널리 쓰이는 PER(주가순이익비율)을 기업 성장률 g로 나눈 값이다. g로는 향후 3년 EPS(주당순이익) 평균 성장률을 활용한다. 풀어보면, PER이 작거나 EPS 증가율이 클수록 PEG는 작아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PEG가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성장주라고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PEG값이 1보다 높으면 고평가, 1보다 작으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 미국의 저명한 투자자 피터 린치는 PEG가 1.5를 넘으면 매도, 0.5 미만이면 매수했다고 알려져 있다. 대략 PEG값이 1에서 1.5 사이 값이면 고평가는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12개월 선행 EPS 기준 나스닥의 PER은 약 32.5배, EPS 성장률은 약 7%다. 이에 따라, 나스닥의 PEG값은 4.57배다. 나스닥 전체적으로는 PEG로 봐도 고평가인 것은 맞다. 단, 개별 종목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가령, KB증권에 따르면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PER은 63배다. PER은 회수 기간의 의미도 있다. 즉, PER만 놓고 본다면 엔비디아 현 주가에 투자했을 경우 이를 회수하는 데 63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향후 3년(2021~2023년) EPS의 연평균 성장률 34.7%를 적용한 PEG 배수는 1.83이다. 고평가 판단 기준인 PEG 1.5배를 웃돌지만 마냥 고평가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같은 기준으로 AMD와 퀄컴의 PEG는 각각 1배, 1.3배였다.

기술주 투자를 과거와 달리 봐야 할 또 다른 대목은 패시브펀드의 급성장이다. 당장 국내 투자자 투자 패턴만 봐도 개별 종목 직접 투자에 나서는 동시에 패시브펀드인 ETF를 대거 순매수하고 있다. 패시브펀드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구조다. 주요 국가 연기금이 MSCI를 비롯한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서다. 기술 혁신에 기반한 미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 기축통화국 등의 요소에 더해 마르지 않는 패시브 자금 유입이 미국 증시 유동성 파이를 끊임없이 확장시키는 것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해외 직접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기술기업의 성장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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