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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러시아-인도 '군사적 밀착' 강화... 고심 깊어지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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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인도 총리-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
인도, 러시아 S-400 도입 결정... 무역량도 늘리기로
미국은 불편... '쿼드 참여국' 인도 제재하긴 힘들어
푸틴·모디 "한반도 평화·북한 비핵화에 함께 노력"
한국일보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인도 총리가 6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자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례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두 정상이 국방과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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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인도 정상이 6일(현지시간) 정상 간 만남을 통해 국방·경제·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양국 간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인도의 러시아산 최첨단 방공미사일 'S-400' 도입 결정 등 군사 분야에서 두 나라의 ‘밀착’이 두드러졌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모디 총리는 "인도와 러시아의 우정은 변함이 없다. 양국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회담 분위기를 띄웠고,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는 인도를 열강이자 오랜 친구로 여긴다. 연합훈련 등 군사협력 분야에서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자"고 화답했다. 회담 종료 후 두 정상은 총 99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모디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현재 100억 달러가량인 양국 무역 규모를 2025년까지 총 3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기로 하는 데 뜻을 모았다. 석유 등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 원자력 개발 분야 협력 등을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또, 2030년까지 유효한 군사 기술 협력 협정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도 논의됐다. 공동선언문에서 모디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견고한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이해 당사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상호 협력을 다짐했다.

인도와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외교·국방 장관이 동시에 참여하는 '2+2 회담'도 처음으로 열었다. 여기서 양측은 '러시아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로 불리는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러시아가 인도에 공급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AK)-203 60만 정 이상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코르바시(市) 공장에서 공동 생산한다는 합의도 도출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2019년 11월 이후 꼭 2년 만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나날이 심화하는 국면 속에서, 미국과 가까운 나라(인도)와 중국과 손잡고 있는 국가(러시아)도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과는 정반대로, '군사적 밀착'을 과시한 셈이다.

미국은 그동안 인도의 S-400 도입 계획에 대해 "향후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2017년 제정된 적대국 대응법에 따라, 인도가 S-400을 수입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기반까지 마련한 상태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S-400을 구입한 터키를 상대로 보복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애초 터키에 판매하기로 계약도 맺었던 F-35 전투기 100대의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다만 대(對)인도 제재 여부와 관련해선 미국도 보다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도는 '중국 고립'을 목적으로 미국이 주도해 만든 다자협력체 쿼드(QUAD)에 참여한 4개 나라 중 한 곳이다. 미국으로선 인도·러시아 간 군사적 스킨십이 불편할 수 밖에 없지만,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대오 유지 차원에서라도 인도와의 긴장 고조는 가급적 피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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