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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기정통부의 이유있는 '깊은 빡침'[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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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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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깊은 빡침.' 자신은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냈지만 남들이 몰라주거나 왜곡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죠. 참고로, '빡치다'는 화나다의 속된 표현입니다. 지난 3일 국회가 60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처리한 후 일부 언론의 보도를 접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이 바로 '깊은 빡침'을 느꼈을 법합니다.

무슨 일이냐구요? 지난 9일 과기정통부 출입기자들은 난데없이 이달 초 국회에서 처리된 확정된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내역을 또 다시 받아보게 됐습니다. 무슨 일일까 생각해봤지만 이미 통과 당일 자세한 내역이 다 알려진 예산 내역을 왜 재차 송부했는지 알 수가 없었죠.

자세히 살펴 보니 이유는 '깊은 빡침'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예산안 통과 직후 일부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대선을 의식해 '표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예산과 지역구용 사회간접자본(SOC)은 늘린 반면 '국가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R&D 예산은 감액했다는 취지로 비판했습니다. "반도체ㆍ배터리 산업에 국가 지원을 늘리는 선진국의 움직임, 급증하는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은 현금 퍼주기 요구, 지역구 이기주의 앞에서 무시됐다"는 주장까지 한 곳도 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국회가 심사 과정에서 R&D 예산이 감액, 즉 정부가 당초 제출한 원안대비 236억원 줄어든 것이 맞긴 합니다. 그러나 위 주장들은 마치 내년 R&D 예산이 올해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입니다. 실제 한 언론은 기사 제목을 '대선용으로 돈 푸는 정부, R&D 사업은 되레 '삭감''이라고 달았습니다. '삭감'의 주체와 대상, 내용이 왜곡된 제목으로 오해하기 딱 좋죠.

우선 예산안은 원래 정부가 제출안 원안을 국회에서 심사해 증액 또는 감액하는 게 상식입니다. 까다로운 국회 심사를 의식해 정부 각 부처가 다소 부풀려 짜는 경향이 있어서 국회 통과시 한 푼이라도 줄이는 것은 그동안 늘 있었던 일입니다. R&D 예산이라도 예외는 아니었죠. 다만 올해ㆍ내년 전체 예산안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오히려 증액된 것은 코로나19라는 이례적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R&D 예산은 내년에도 올해보다 크게 늘어났습니다. 때문에 이를 두고 'R&D 예산이 삭감됐다'고 표현한 것은 왜곡입니다. 또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부실하다'는 비판도 옳지 않습니다. 총 29조7770억원이 확정돼 올해 27조4005억원에 비해 8.87%(2조3765억원)이 늘어났죠. 문재인 정부 들어 R&D 예산은 계속 대폭 증가해 5년간 10조원이 넘게 증액됐습니다. 2017년 19조5000억원에서 2018년 19조7000억원, 2019년 20조5000억원, 2020년 24조2000억원, 올해 27조4000억원, 내년 29조8000억원 등 매년 크게 늘었습니다. 증가율도 2018년 1.1%, 2019년 4.4%, 2020년 18.0%, 2021년 13.1%, 2022년 8.8% 등 이전 정부 대비 가파른 상승 곡선을 이어갔습니다.

이쯤되면, 전년 대비 예산을 매년 수조원씩 늘려 오느라 애를 써 온 과기정통부가 왜 보도자료를 두 번이나 냈는지, '깊은 빡침'을 느낀 이유가 뭔지 설명될 것 같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모든 분야가 '정치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사실'은 사실 그대로 알려져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쓸데없는 피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2022년 R&D 예산 내역을 재정리해서 배포한 과기정통부의 실무진들, 수고하셨습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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