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소행성으로 떠나기에 앞서 찍은 지구.[사진제공=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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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물은 생명체가 살아 숨쉬는 푸른 지구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물이 유독 왜 이렇게 지구에만 풍부하게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지구처럼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면서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다량의 물을 옮겨 왔다는 ‘혜성 충돌설’에서부터 태고적 지구 생성기 때 발생했다는 ‘자체 생성설’을 가설로 세운 정도다. 최근엔 태양이 지구에 물을 공급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기원을 탐사하던 과학자들은 혜성에 존재하는 얼음을 주목했다. 46억년 전 태양에 가까웠던 지구는 돌과 강철로 이뤄진 고온의 메마른 행성이었는데, 얼음을 갖고 있던 혜성들 지구와 충돌하면서 얼음들이 녹아 바다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혜성들이 얼음을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한때 과학자들은 이 가설을 신뢰하기도 했다.
1986년 미국의 루이스 프랭크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얼음으로 이뤄진 거대한 혜성들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바다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은 혜성에 존재하는 물과 바닷물을 조사한 결과 동위원소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근거가 희박해졌다.
▲화산 근접 촬영 영상이 공개돼 화제다.(출처:온라인커뮤니티) |
그러던 중 2002년 놀라운 발견이 일어났다. 마그마가 굳어져 생성된 지르콘(zircon)을 분석한 결과 물이 지구 생성기에도 존재했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스티븐 모지스 미국 콜로라도대 지질학 교수는 약 43억8000만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르콘 결정을 찾아냈는데, 화학 분석 결과 이 광석은 마그마가 물에 의해 온도가 급격히 낮아진 환경에서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구는 생성 초기 메마르고 건조한 별이 아니라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곳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모지스 교수의 발견으로 물이 지구 생성기 때부터 존재했다는 자체 생성설이 힘을 얻게 됐다. 즉 지구가 형성될 당시 먼지·가스와 함께 수증기가 포함돼 있었고, 원시 지구에서 지각 변동과 함께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서 수증기가 가스와 함께 뿜어져 나와 대기권을 형성했으며, 이 수증기들이 비가 돼 내리면서 바다를 형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지구과학계의 주류 이론은 지구의 바다는 행성 간 중력의 작용으로 형성됐다는 학설이다. 소행성의 띠에서 발견된 물과 지구의 물이 같은 이유는 목성의 엄청난 중력으로 소행성들이 충돌하고 뒤섞이면서 지구가 탄생했으며, 이 와중에 물기가 많은 소행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NASA |
최근엔 태양이 지구의 물을 만들어 낸 원천이 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글래스고대와 호주 커틴대 등의 공동 연구팀은 지난달 2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태양풍(solar wind)이 지구와 충돌한 소행성의 먼지에 포함된 규산염 성분과 반응해 물이 형성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태양풍은 수소이온 하전입자로 구성돼 있는데, 이 이온들이 작은 먼지 입자와 반응해 표면에 물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10년 일본의 우주 탐사선 하야부사(Hayabusa)가 수집한 이토카와(Itokawa) 소행성 파편을 분석한 결과 태양풍을 쬔 감람석 알갱이에서 물과 수산기(hydroxyls)를 관찰했고, 실험을 통해 규산염 표면에 수소 이온을 쬐면 물 분자가 생긴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이토카와 소행성의 표토가 일정한 양의 물을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의 은하계를 통틀어 비슷한 곳들이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아마도 지구에 현재 존재하는 물의 일부를 제공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과학자들은 아직 지구에 존재하는 엄청난 물의 기원을 정확히 규명해내진 못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성돼 공존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다. 오히려 물이 지구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된 환경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화성과 금성 등은 태양과 가까워 표면 온도가 너무 높아 수분이 모두 증발돼 수증기 상태로 남아 있거나 유출돼 지키지 못한 반면, 지구는 적당히 거리를 둬 수증기들이 온실 효과에 의해 남아 있을 수 있다. 지구는 태양과 같은 중심별로부터 적절한 거리에 있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즉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을 뜻하는 골디록스 존(Goldilocks zone)에 위치해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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