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무죄 석방된 윤갑근 전 고검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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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에게 라임 펀드 재판매를 부당하게 알선·청탁하고 2억 2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승련·엄상필·심담)는 15일 윤 전 고검장의 항소심에서 1심을 파기하고 “변호사의 적법한 알선 업무였다”며 윤 전 고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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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재판매 해달라” 요청하고 2억2000만원 받아
윤 전 고검장은 1·2심에서 라임 펀드 측으로부터 펀드 재판매와 관련한 청탁을 한 적도 없고, 이를 대학 동문인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에게 알선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윤 전 고검장측이 주장한 사실관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임 관계자들이 윤 전 고검장을 만나 라임펀드 재판매를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에게 요청해달라는 청탁이 있었고, 윤 전 고검장은 손 전 행장을 만나 라임 펀드 재판매를 알선하고 라임측으로부터 2억2000만원을 받았다는 게 1·2심 법원의 공통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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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징역 3년, 2심은 “정당한 직무 내 알선” 무죄
똑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1심은 이를 유죄로, 2심은 무죄로 본 것은 ‘알선수재죄’ 성립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윤 전 고검장측은 알선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만약 알선·청탁이 있었다고 해도 이는 변호사법이 규정하는 정당한 직무 내의 알선·청탁이었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 주장이 1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2심은 이를 인정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제7조의 알선수재죄는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을 알선하고 금품 등을 받으면 처벌한다고 정한다. 그런데 변호사법 109조 1항은 법률적으로 변호사만 할 수 있는 일을 열거하면서 ‘법률 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런 행위를 알선하는 것’을 변호사의 직무로 명시하고 있다.
고법은 특경법상 알선수재죄와 변호사법 조항이 법률적으로 충돌할 여지가 있어 대법원이 법리로 그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두 법의 취지에 살펴보면 적법한 알선까지 처벌하는 게 아니라 접대나 뇌물 등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활동을 내세워 청탁을 알선하고 금품을 받는다면 변호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와 무관하게 되고, 이럴 때 특경법상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즉 윤 고검장의 알선 행위가 정당한 법률사무인지 살펴야 하고, 이에 더해 실질적으로 변호사의 지위나 직무와 관계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는 말이다. 고법은 알선과 변호사 지위와의 관련성 기준을 ▶향응 등을 제공하며 알선·청탁했는지 ▶청탁 내용 자체가 부당·위법한 행위나 요청인지 ▶전문적인 법률지식이 아니라 전적으로 친분에 기대 알선하고 금품을 받았는지 라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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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윤 전 고검장 행위는 변호사의 적법한 알선
고법은 윤 전 고검장이 손 행장을 만나 펀드 재판매 요청을 청탁·알선한 것은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우리은행 측과 라임펀드 측은 펀드 재판매 여부를 놓고 분쟁 상황에 놓였고, 윤 전 고검장의 알선은 이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약속 이행을 촉구하거나 상대방과 협상하는 행위로 법률 사무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항소심의 판단이다. 반면 1심은 라임 측 청탁과 윤 전 고검장의 알선을 단순한 청탁으로 봤을 뿐 법률 사무 수행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고법은 윤 전 고검장이 라임펀드로부터 2억2000만원을 받은 것이 변호사 직무와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제시한 대법원 법리에 따르면 윤 전 고검장이 손 행장에게 향응 등을 제공할 명목으로 돈을 받아 청탁한 것은 아니고, ‘펀드 재판매 요청’이 그 자체로 위법부당한 청탁한 내용도 아니며, 윤 전 고검장이 전적으로 친분에만 의존해 손 행장에게 알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법은 “윤 전 고검장과 손 행장이 대학 동문으로 교류해온 것은 맞지만, 손 행장의 사사로운 판단을 유인할 정도의 친분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정치인의 지위를 이용해 설득한 흔적도 없다”고 부연했다.
이날 선고가 열린 서울고법 303호 법정은 윤 전 고검장의 가족 및 지인들로 방청석이 가득 찼다. 윤 전 고검장의 지인들은 재판부가 “피고인은 무죄”라는 주문을 선고하자 손뼉을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윤 전 고검장은 페이스 쉴드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석해 피고인석에 서서 선고를 들었다.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윤 전 고검장은 이날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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