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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51시간 강박 사망’ 춘천정신병원…법원 “2억3천만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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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2년 1월8일 12일 이상 격리·강박돼 있던 김형진(가명·45살)씨가 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되자 당직 의사 안아무개씨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그 와중에 보호사와 간호사가 손과 발을 묶은 끈을 풀어내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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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환자를 격리실 침대에 장시간 묶어놓았다가 숨지게 한 정신병원에 대해 2억원대 배상금을 유족에게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족이 확보한 폐회로티브이(CCTV)가 피해 입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부천 더블유(W)진병원 등 다른 정신병원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창열)는 춘천예현병원 격리실에서 251시간50분간 손과 발, 가슴 등 5포인트 강박을 당한 채 숨진 김형진(가명·당시 45살)씨 유족이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윤영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지난 21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2억2641만원이다. 올해 4월 김씨의 전 부인 박지은(가명)씨와 아들은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등으로 김씨가 숨졌다며 병원 운영 책임을 지닌 윤영의료재단을 상대로 5억25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소송청구액의 약 43%를 인정하는 등 전향적인 판결을 내놨다. 재판부는 고인의 손해액을 사망일로부터 65세가 되기 하루 전까지 도시 지역 보통인부의 일용노임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식을 통해 총 3억6580여만원으로 잡은 뒤, 노동능력 보유 정도 등을 감안해 배상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여기에 고인과 아들의 위자료 각각 3000만원과 1000만원을 더해 총 지급액을 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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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8일 오전 5시33분. 김형진씨가 사망하기 직전 모습을 보였던 간호조무사. 김씨의 호소를 듣고선 아무런 조처 없이 나가버렸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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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병원 쪽 과실과 고인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해 과도한 강박을 시행하면서도 강박 시행 시 필요한 적절한 검사 및 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성인기준 1회 최대 격리 12시간, 강박 4시간 이하’ 등 격리 및 강박 지침에서 정한 연속 강박 시간을 크게 넘어섰음에도, 30분마다 관찰 및 평가, 2시간마다 사지 운동 등의 필요한 조처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격리실 시시티브이 영상 등에 의하면 망인에게 위와 같이 오랜 시간 연속으로 강박을 시행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춘천예현병원에 입원할 당시 특별히 건강상 문제가 없었던 김씨는 입원 뒤 불과 12일 만에 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돼 사망에 이르렀다. 김씨는 입원 기간의 92.5%를 격리 상태로 보냈고, 87%는 강박 상태였으며, 특히 사망 당시까지 이루어진 5차 강박은 연속 66시간 넘게 지속됐다.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은 김씨는 편의점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2021년 12월27일 새벽 5시께 경찰에 의해 이 병원에 응급입원되었다가 3일 만에 춘천시장에 의해 행정입원으로 전환됐다. 총 12일의 입원(289시간20분) 가운데 251시간50분을 침대에 묶여 있다가 2022년 1월8일 오전 6시께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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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27일 오전 5시33분, 김형진(가명)씨가 처음 춘천예현병원 격리실로 들어오는 모습. 손에 수갑을 차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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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고인이 전 부인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요구했으나 허용되지 않는 등 통신의 자유를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이에 대한 위자료를 100만원으로 산정하기도 했다. 다만 약물의 투약과 관련해서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과다 투약 여부나 병원 쪽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정신병원 관련 사건은 가족들이 대부분 지쳐있고 피해입증이 어려운 터라 소송이 많지 않을뿐더러 결과도 좋지 않다”며 “이 사건의 경우 유족이 집요한 노력으로 확보한 시시티브이 영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와 언론 보도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인의 전 부인 박씨는 “공격적인 행동이 없는 고인을 부당하게 격리·강박 후 방치하여 사망했다고 인정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고 고인의 명예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는데, 인정되지 못한 부분은 변호인과 상의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고인과 사망 전까지 연락하며 정서적·경제적으로 교류해왔다. 박씨는 인권위에 사건 진정을 내고 민·형사 고소건을 진행해왔으며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수사기록과 시시티브이 등 증거를 모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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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샛말길에 위치한 춘천예현병원.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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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춘천예현병원 병원장 양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는 피해자 김씨에게 ‘작업 및 오락 요법’을 10회 실시했다고 의무기록지 등을 허위 작성해 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를 가로챈 혐의로 지난 10월17일 춘천지법에서 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앞서 두 사람을 포함한 의료진은 2022년 3월 유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했으나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됐고, 인권위가 다시 수사 의뢰를 한 뒤에는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등 8명만 검찰에 송치된 뒤 지난 6월 벌금 30만원씩의 구약식 처분을 받았다.



한겨레는 지난 7월 춘천예현병원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부천 더블유진병원과 서울 해상병원, 인천 ㅅ병원 등에서 벌어진 격리·강박 사망사건을 다각도로 취재해 연속보도해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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