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단독] 이재명, '차별금지법 제정' 공약 검토… '성소수자 차별'은 제외 가능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 정책위 공청회 의견 수렴 이어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민감한 부분 제외하고 추진"
정무·정책 판단 거쳐 최종 공약 확정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차별금지법(또는 평등법) 제정을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약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차별금지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이 후보 측에 전달했다. '평등과 인권을 중시하는 대선후보'임을 강조하고, 여성 등 소수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다.

다만 '성적 지향·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는 공약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차별금지법을 극렬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 등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부분 입법'은 성소수자를 이중 차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만큼, 공약 확정 전에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보라매병원 관계자들로부터 코로나19 대응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연구원 "차별금지법, '낮은 단계' 입법 추진해야"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15일 한국일보에 "민주연구원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대선공약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민주당 선대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당 싱크탱크 차원의 입장인 만큼, 이 후보와 선대위가 흘려들을 수 없다. 이 후보의 공약은 민주연구원, 당 정책위, 선대위 정책본부 등 세 갈래의 검토를 거쳐 확정된다.

다만 민주연구원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를 법제화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수는 없다"며 "일단 '낮은 단계'에서 법제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분히 종교계 표심을 의식해서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차별금지법안은 '성별·장애·병력·나이·학력·전과·성적지향 등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종교계 일부에선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차별금지법이나 동성애 찬성 입장을 밝힌 정치인은 그간 종교계의 '낙선 운동' 대상이 돼 왔다.

이에 민주연구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명분을 살리되, 종교계 반발을 피하는 '절충안'을 낸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당연히 해야 될 입법"이라면서도 "일방 통행이나 강행 처리 방식으로 갈등을 극화하는 방식보다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021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단'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 앞에서 성소수자 혐오·차별을 조장한 더불어민주당 토론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내 "역풍 불 수도" 우려... "의제 선점 기회" 시각도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가 빠진 채 차별금지법 제정이 공약으로 결정되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향해 "(할 말) 다 했죠?"라고 말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차별금지법 부분 입법'을 공약한 뒤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단서를 다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건 하고, 저건 안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면, 안 하느니만 못 한 결과를 부를 수 있다"며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 후보의 전향적 태도가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가 진보적 의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차별금지법 공약이 이 후보를 재평가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이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차별금지법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차별화할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는 14일 관훈토론회에서 "전면적으로 법을 강제하기에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아 더 검토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