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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2021결산] 그치지 않는 정인이들의 눈물…잔혹해지는 스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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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물고문·성폭행 당하는 아이들…스토킹은 살인으로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홍규빈 기자 = 지난해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올해도 비슷한 사건들은 끊이지 않았다. 스토킹 범죄는 결국 살인으로 이어지며 사회에 충격을 던져줬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스토킹 범죄가 살인 등 강력범죄로 번지기 전에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촘촘하게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조카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부 검찰 송치
(용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부가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용인동부경찰서는 숨진 A양의 이모와 이모부를 살인과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2021.2.17 xanadu@yna.co.kr



◇ '구타·물고문·성폭행' 끔찍한 학대…부패한 채 발견된 시신

올해 2월에는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이는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방치됐다.

이 사건은 당초 피해 아동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모(48)씨가 유전자 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져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석씨는 친딸이 출산한 여아와 자신의 아이를 바꿔치기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기 용인에서는 지난 2월 열살짜리 조카를 마구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는 '물고문'을 해 숨지게 한 부부가 긴급체포됐다. 아이는 이들 부부에게 20여 차례나 맞고 2차례 물고문까지 당했다. 부부는 1심에서 각각 징역 30년과 1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했다.

같은 달 수원에서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신생아의 머리를 친부가 반지를 낀 손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미혼부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4월에는 33개월 입양아를 나무 구둣주걱으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의붓아버지가 붙잡혔다. 양부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대전에서는 20대 남성이 동거녀의 생후 20개월 딸을 강간하고 살해한 일이 벌어져 성 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관련 논의에 다시 불이 붙기도 했다.

이외에도 의붓어머니에게 맞아 사망한 3세 아동, 심야에 도로에 버려진 4세 여아 등 수많은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과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올해 전국 학대 고위험군 아동 4천81명을 점검한 결과 34명의 피해 아동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정부는 신고되지 않은 피해 아동을 사전에 포착해 학대행위자에게서 즉각 분리하는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과 보건복지부는 양측의 신고정보 시스템을 통합해 공유하고,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세 차례 확인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에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치사죄의 권고 형량을 최대 징역 22년 6개월로 높이기도 했다.

양형위는 정인이 사건 등으로 아동학대 범죄의 엄중한 처벌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스토킹 살인' 김병찬, 보복살인 혐의로 검찰 송치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9 yatoya@yna.co.kr


◇ 반복되며 위험성 키우는 스토킹…법·제도 안착 과제

반복되는 범죄인 스토킹은 피의자와 피해자를 완전히 격리하는 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점점 잔혹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태현(25)은 올해 3월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이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을 하다 집에 찾아가 피해 여성과 여동생, 어머니를 모두 살해해 충격을 안겼다.

서울 중구에서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스토킹 피해 끝에 결국 피살되는 일도 있었다. 범인 김병찬(35)은 5개월간 끈질긴 스토킹 끝에 여성이 스마트워치로 112에 신고하자 준비한 흉기로 '보복살인'을 했다.

올해 10월 21일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신고는 법 시행 전보다 4배가량 급증했지만 공권력의 적극적인 조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처벌법은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공포심 유발행위뿐만 아니라 불법 채권추심 행위나 층간소음에 따른 보복과 협박 등도 포괄해 법 적용 범위 논란이 있다.

또 경찰이 스토킹 신고 접수 시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 등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지만,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이 가능한 잠정조치 4호는 현실적으로 신속하게 적용하기가 어렵다.

스토킹 피해자 등 신변보호 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병찬에게 살해된 여성도 신변보호 대상자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지만, 신고 시스템 미비 등으로 집요한 스토킹 범죄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경찰은 스토킹 범죄 대응 태스크포스와 민감사건 전담대응반을 구성하고 신변보호 제도를 개선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피해자 보호절차를 규정하는 등 내용을 담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제도 개선과 안착은 이제 갓 시작 단계에 있는 셈이다.

현장 대응 매뉴얼을 개선해 공권력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병호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현실적으로 피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 대해서 세부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경찰관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스토킹처벌법도 범죄 피해자 보호와 전반적으로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신변보호도 경찰청 차원에서 통일성 있게 매뉴얼을 만들고 첨단기기를 동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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