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오른 17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하늘이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국내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이 정체되고 중국발 오염 물질까지 더해져 전국적으로 미세 먼지 농도가 올라가겠다"고 예보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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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의 상위 1% 부자들은 하위 50% 사람들보다 탄소를 30배 가까이 많이 배출한다."
최근 세계적인 석학 토마스 피케티 교수가 운영하는 세계불평등연구소가 '2022 세계 불평등 보고서(World Inequality Report)'를 펴내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국이 수십년새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소득도 많이 올라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됐지만 빈부 격차도 그만큼 심해졌다고 하네요. 한국의 하위 50% 소득자의 연간 소득은 1232만6845만원으로 상위 10%(1억7850만8110원)의 14분의1 수준에 그친답니다.
그런데 한국이 2050 '탄소 중립'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정책 담당자들이나 과학자들이 주목해야 할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소개합니다. 바로 한국의 '탄소 불평등'도 소득 격차 못지 않게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연간 14.7t으로 '탄소 고배출국'에 속합니다. 미국(21t), 캐나다(19t) 보다 적지만 중국(8t) 보다는 훨씬 많습니다.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1990년 이후 약 66%나 급증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부자, 즉 상위 소득자들의 탄소 배출량이 하위 소득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1990년부터 약 31년간 하위 50% 소득자들의 탄소 배출령은 43%밖에 늘어나지 않았지만 상위 10% 소득자들은 20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상위 1% 소득자들은 1인당 연간 180t의 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전체 평균(14.7t)의 12배가 넘습니다. 상위 10% 소득자들(54.5t)보다도 3배에 가깝게 많고, 중위 40% 소득자들(14.9t)의 12배에 달합니다. 특히 하위 50%의 탄소 배출량은 1인당 6.6t으로 상위 1%의 30분의1 정도에 그칩니다. 상위 10%와 하위 50%를 비교해도 8.2배가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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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득 계층간 탄소 배출량 격차가 큰 것은 고배출국가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입니다. 미국은 세계 최고 탄소배출국가지만 하위 50%(10t)와 상위 10%(75t)간 차이가 7.5배입니다. 유럽 최고의 탄소배출국가인 독일은 1인당 평균 11t을 배출하는데, 상위 10%(34t)와 하위 50%는 약 6배 가량 차이가 납니다. 일본도 일단 1인당 배출량이 12t으로 우리나라보다는 적고, 하위 50%는 6t, 상위 10%는 38t으로 격차가 약 6배가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한국이 이렇게 소득 격차만큼이나 탄소배출량도 엄청난 소득계층간 격차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물론, 기본적으로 돈이 많은 만큼 상위 소득자들이 소비를 많이 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1인당 소비되는 '생필품'의 경우 소득 계층간 양, 질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부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헤저드)나 노블리스 오블리제같은 사회적 책임감 부족, 또는 고소득자들이 선호하는 소비재나 서비스 등을 생산하는 산업이 탄소 배출량이 높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같은 탄소 배출량의 소득간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2050 탄소 중립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학자들과 정책 결정자들 과제 중 하나일 것입니다. 사치재나 고급 상품 등의 산업 분야에서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해 공정을 개선하거나 아예 대체재를 마련하는 방법, 정책을 통해 이를 장려하는 것 등이 그것이겠죠. 고소득자들의 자발적인 감축 노력 등 '책임감'도 빼놓을 수 없겠군요. 지구가 망가지면 우주선을 타고 화성으로 도피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죠.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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