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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건강한 가족] "내시경에 로봇 접목해 요로결석 정밀 제거…‘K-수술 로봇’ 선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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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권동수 이지엔도서지컬 대표

중앙일보

권동수 이지엔도서지컬 대표는 요로결석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로봇 수술기를 개발했다. 로봇 수술기는 크게 조종석인 마스터 콘솔(앞쪽)과 연성 내시경을 연결하는 슬레이브 로봇으로 구성된다. 인성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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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수술은 미래 의료의 아이콘이다. 절개 범위가 작아 출혈·통증이 적으면서 정교한 처치가 가능해 전통적인 절개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권동수(64·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이지엔도서지컬 대표는 외과를 넘어 내과 분야로 로봇 수술의 영역을 넓힌 ‘개척자’다. 연성 내시경에 로봇을 접목해 정확도·안전성을 극대화한 무(無)절개 요로결석 수술 로봇은 그가 그리는 ‘K-수술 로봇’의 출발점이다. 권 대표를 만나 의료 로봇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을 물었다.

Q : 의료 로봇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A : “미국에서 핵폐기물을 분해·이동하는 원격 조종 로봇을 연구개발했다. 사람만큼 정교한 시각(카메라)·촉각(센서·기계)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다. 이런 경험을 의료 로봇에서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25년간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며 실제로 다양한 로봇 수술기의 개발, 상용화에 참여해 왔다. 관련 특허만 250여 건에 달한다. 기술이전을 하려 했지만 마땅한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고,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결심에 2018년 제자들과 로봇 수술기를 개발하는 이지엔도서지컬을 창업하게 됐다.”

Q : 지금도 암·인공관절 수술 등에 의료 로봇이 두루 쓰이고 있다. 이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A : “의사가 조종석에 앉아 수술 장비와 카메라를 조작해 수술을 집도하는 방식은 일반 로봇 수술기와 비슷하다. 단, 피부를 절개해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우리는 입·요도·항문 등의 자연 개구부를 활용한 의료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연성 내시경에 로봇 기술을 접목한 이른바 ‘유연 수술 로봇’이다. 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절제·봉합 등 섬세한 처치가 가능한 것이 우리 회사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Q : 임상시험을 앞둔 로봇 수술기도 있다고 들었다.

A : “조만간 요로결석 제거용 내시경 수술 로봇의 임상 시험을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과 진행할 예정이다. 요로결석은 소변을 생성·배출하는 길(방광·요관·신장)에 돌이 생기는 병이다. 환자 증상과 결석의 크기·위치를 고려해 체외충격파·내시경·수술로 치료한다. 이 중 내시경을 요도로 집어넣어 레이저로 신장 결석을 파쇄·제거하는 치료법을 ‘역행성 신장 내 결석술(RIRS)’이라고 하는데, 조직 손상이 적으면서 치료 효과가 커 해외에서는 전체 환자의 70%가량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내시경 수술 로봇은 연성 내시경과 레이저 등 수술 도구를 보다 정확하고 안전하게 컨트롤해 RIRS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해 주는 장비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되기도 했다.”

Q : 일반적인 내시경 치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 “첫째, 결석의 위치를 기억하는 자동주행 기술을 탑재했다. 신장은 구조가 복잡해 결석이 여러 곳에 생겼을 경우 치료하기가 까다롭다. 내시경으로 결석을 확인한 다음 레이저로 부수고 바스켓이라는 도구로 빼내야 하는데, 결석을 제거할 때마다 내시경·수술 도구를 반복적으로 넣고 빼야만 한다.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질 경우 자칫 치료해야 할 결석을 놓칠 우려가 존재한다. 이번에 개발한 내시경 수술 로봇은 한번 찾은 결석 위치를 자동으로 기억해 반복 치료가 필요할 경우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곧장 이동시켜 준다. 치료 정확도가 높다는 의미다. 둘째, 결석의 크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결석이 크면 이를 빼낼 때 신장 조직이 과하게 손상되거나 요관이 찢어질 수 있다. 내시경 수술 로봇은 결석 크기를 계산해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지를 의사에게 알리고, 레이저로 결석을 부술 때도 호흡에 맞춰 최적의 거리·위치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불필요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Q : 의료진의 부담도 줄 것 같다.

A : “그렇다. 요로결석을 제거할 때는 결석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간 X선 촬영을 진행하는데 조종석에서 원격으로 내시경을 조작하면 중간에 차폐막을 설치할 수 있어 무거운 방사선 방호복(납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앉아서 수술하는 만큼 의료진이 장시간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일반 내시경과 호환되도록 로봇 수술기를 설계한 점도 특징이다. 기존에 쓰던 연성 내시경을 연결하기만 하면 누구나 로봇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화면은 동일한 반면 조종기(마스터) 조작이 간편해 경험이 다소 부족한 의료진도 전문적인 처치가 가능해질 것이다.”

Q : 치료 효과는 어떤가.

A : “신장 결석을 유도한 돼지를 대상으로 로봇 수술과 일반 수술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안전성·유효성 면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의료진의 피로도 감소와 방사선 피폭 예방 등의 부수적인 효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Q : 개발 중인 또 다른 의료 로봇이 있나.

A : “요로결석 제거용 내시경 수술 로봇은 이지엔도서지컬의 ‘출사표’와 같다. 이미 수십 년의 연구를 통해 관절·위·장 등의 유연 수술 로봇 개발을 상당 부분 완료한 상태다. 연성 내시경과 자유로운 로봇 팔을 이용하면 최소절개·무절개로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운 장기 안팎의 병변을 모두 치료할 수 있다. 외과의 전유물이었던 로봇 수술을 내과까지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어떤 질환이든 로봇을 이용해 안전하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연구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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