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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비만을 치료하고 몸매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치료제의 역사는 오래됐다. 조선시대 궁녀들은 간장, 새우젓, 초마늘 등을 먹거나 몸에 바르면 살이 빠진다고 믿었다. 1940년대 서구 여성들 사이에선 담배를 피우면 살이 빠진다는 소문이 돌아 여성 흡연율이 대폭 뛰었고, 1950년대에는 신께 기도하는 것을 통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기도 다이어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지난 70여년간 인류가 만들어낸 다이어트용 음식·치료제 등을 합치면 모두 2만6000여점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약효 및 안전성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심사를 통과한 것은 현재까지 6종의 약물밖에 없다. 우선 1999년 사상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았던 오르리스타트가 있다. 한국에서도 2000년부터 시판됐다. 지방분해 효소의 작용을 저해해 몸에서 지방 흡수를 30% 정도 줄일 수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지질 합성을 방해해 복제를 막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치료제 후보군이 됐다. 1년 복용 뒤 평균 2.9%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지용성 비타민 결핍, 지방 배출 등의 부작용도 있다.
2012년에 각각 FDA 승인을 받은 로카세린, 펜터민·토피라메이트도 있다. 로카세린은 뇌의 행복감 중추인 세로토닌 수용체가 포만감을 느끼도록 해 식욕을 줄이도록 하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체중 감량 효과가 1년 뒤 평균 3.1%로 크지 않은 데다 지난해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부작용이 발견돼 시판이 중단됐다. 펜터민·토피라메이트는 체중 감소 효과는 1년 뒤 평균 6.8%로 비교적 높았지만 의존성·인지기능 손상 등의 위험으로 유럽에서는 승인을 받지 못했다.
2014년에는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이 FDA 승인을 획득했다. 약물중독·알콜의존증 치료 및 항우울제로 쓰이는 성분들인데 적절히 배합했더니 식욕을 조절하는 효과가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효과는 1년 뒤 평균 4%에 그쳤다.
2014년 FDA 승인을 받은 리라글루타이드는 당뇨병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뜻밖의 체중 감소 효과로 재임상 끝에 비만 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1년 후 평균 5.4% 감소로 효과는 어느 정도 있는 반면 부작용이 적다. 최근까지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의 40~50%를 장악하고 있다. 다만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 ‘게임 체인저’가 나타났다. 리라글루타이드를 개선한 세마글루타이드가 지난 6월 FDA의 승인을 획득한 것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분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주사를 맞은 후 반감기가 165시간이나 된다. 1주일에 한 번만 주사를 맞아도 된다. 효과도 대박이었다. 지난 3월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주 1회 주사를 맞은 그룹은 68주 뒤 몸무게가 평균 14.5%나 감소했다. FDA 담당자는 "(세마글루아티드 승인은) 비만 또는 과체중의 성인들에게 체중 관리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새로운 처방 선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4.5%의 임상 참가자가 구토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국내 허가 및 시판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3b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상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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