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중국 베이징교통대에서 발생한 실험실 폭발 사고 현장. (Firemen at the site of an explosion at Beijing Jiaotong University in 2018.Credit: Nicolas Asfouri/AFP/Getty). 사진 출처=네이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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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중국 대학의 실험실 안전 환경이 열악해 수많은 대학생 연구원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최근 칭다오 소재 중국석유대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연구실 사고는 약 110건이며, 이로 인해 102명이 다치고 10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고와 희생이 있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사고 통계 및 피해 등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채 은폐돼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대학 실험실 사고가 제대로 보고ㆍ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2018년 12월 베이징교통대에서 하수처리실험을 하던 3명의 학생이 폭발사고로 숨진 사고가 대중에게 공개된 첫번째 케이스였다. 이 사고는 실험실에서 부적절하게 저장된 66kg의 마그네슘 가루가 폭발해 연구실을 통째로 날렸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 후 대학 당국은 사고의 원인과 결과를 자세히 조사해 만든 보고서를 정부 웹사이트에 올려 공개했다. 최근엔 지난 10월 24일 중국 장수성 난징항공우주대는 '웨이보'에 실험실 폭발사고가 발생해 9명이 다치고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31일엔 베이징의 중국과학원 산하 화학연구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한 대학원생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또 2015년 12월엔 칭화대 화학과에서, 같은해 4월엔 쉬저우 소재 중국광업기술대의 화학연구실에서 각각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같은 연이은 대학실험실내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에 대해 중국 당국은 공식적인 통계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 실험실이 최근 20년새 급증한 반면 안전과 관련한 시설, 예산, 관리, 기준, 교육 등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중국의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2000년 약 9만명에서 2019년 530만명으로 약 60배 가까이 폭증했으며, 그만큼 대학 실험실 숫자도 대폭 늘어났다. 나름대로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많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새뮤얼 유 홍콩과기대 위생환경안전국장은 네이처에 "20년간 중국의 연구실 안전은 확실히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치명적 사고의 원인은 여러가지 실수가 겹쳐서 일어나므로 단순한 대책으로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도 최근의 난징항공우주대 폭발 사고 후 보도를 통해 "(이번 사고가)안전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켰다"면서 "중국 화학자들은 체게적인 안전 소홀이 반영된 사고가 이어짐에 따라 연구소에서의 실험실 안전 개선을 요구해 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대학 실험실 안전 부실 문제는 지난해 불거진 우한 연구소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출 사고 의혹과 연관돼 더욱더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전 부실과 바이러스 유출 의혹은 관련성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대학에서도 바이러스 연구를 진행하긴 하지만, 광범위한 안전 훈련과 보다 강화된 안전 기준을 따라야 하는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네이처에 따르면 다른 대부분의 연구 선진국들은 대학 연구실의 사고가 극히 드물다. 미국의 '화학안전위험연구위원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8년 중반까지 미국내 대학 화학실험실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단 1명 뿐이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도 미국과 똑같고 영국은 한 명도 없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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