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 ‘치욕의 기둥’ 24년 만에 철거 이어
홍콩중문대 ‘민주주의 여신’, 링난대 부조도 역사 속으로
2019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당시 홍콩 중문대 교정에 세워져 있던 '민주주의 여신 상'(사진 위)과 24일 새벽 조각상이 기습 철거된 뒤의 모습.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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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홍콩대에 이어 홍콩 중문대학과 홍콩 링난대 캠퍼스에서도 ‘톈안먼 민주화시위’ 기념 조각이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다.
홍콩 당국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천안문) 민주화시위 흔적 지우기를 벌이고 있다.
홍콩중문대는 24일 성명에서 이날 새벽 교정에 있던 ‘민주주의 여신상’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홍콩중문대는 “학교는 2020년 해당 조각상의 교내 설치 요청을 반대했고, 조각상 설치를 인정한 적이 없다”면서 “내부 평가를 거쳐 조각상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동상은 중국계 미국인 조각가 첸 웨이밍의 작품으로 1989년 시위 당시 베이징시 톈안먼 광장에 학생들이 세운 동명의 조각상을 본 떠 만든 것이다. 6월 4일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을 기념한다는 취지에서 6.4m 높이로 제작했다.
홍콩의 또 다른 대학인 링난대는 이날 같은 첸 웨이밍 작가의 톈안먼 시위 기념 부조를 철거했다.
링난대는 이날 “최근 평가를 거쳐 대학 사회의 전반적인 이익을 보호하고자 철거했다”고 밝혔다.
두 대학은 학생들이 성탄 연휴를 떠나 교정을 비운 사이 기습적으로 철거를 단행했다.
첸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유감과 분노”를 나타냈다고 AFP가 보도했다. 그는 대학들이 “불법적이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했다”며 “그들은 도둑처럼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작품을 학교 측에 대여한 것”이라며, 작품을 회수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그가 운영하는 ‘자유조각공원’에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작품이 손상된다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홍콩대가 22일 야간에 교정에 있던 8미터 높이의 '치욕의 기둥' 상을 철거했다. '치욕의 기둥'은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중국 반환 시점에 맞춰 홍콩 시민단체인 '애국민주운동 지원 홍콩시민연합회(지련회)'가 톈안먼 시위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설치한 조각상이다.
홍콩에선 매해 6월 4일 열어온 톈안먼 추모행사가 2년 전서부터 열리지 않고 있다. 추모집회를 주최해 온 지련회는 홍콩 당국의 압박 속에 지난 9월 자진해산됐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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