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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백신 거부 성향이 또 다른 변이의 출현 등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시키는 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만 해도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부족하다고 호소해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프리카질병통제센터(A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아프리카 대륙 전체 국가들에 공급된 백신 중 64%만 접종이 이뤄졌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제기구나 미국 등 부유한 나라의 기부를 통해 공급된 백신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접종 완료율이 2%에 불과한 나이지리아 보건 당국은 기부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6만여회분을 유통 기한 초과를 이유로 폐기했다.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보고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최소 1회 이상 접종한 성인 인구가 전체의 44%에 불과하지만 최근 백신 접종 숫자가 급격히 감소해 지난 9월 가장 많았을 때에 비해 주당 4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동부 콩고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스쁘아 말렘바카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 교수는 "4종류의 백신이 접종 가능하지만 현재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준비하는 것 외에는 백신을 맞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면서 "문제는 백신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백신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발간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미국과 러시아 등 12개국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ㆍ저소득 국가 국민들은 미ㆍ러 국민들보다 백신 거부 성향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었다. 그러나 실제 팬데믹이 발생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예컨대 네팔의 경우 해당 조사에선 97%가 백신 접종에 긍정적인 태도를 밝혔지만 팬데믹 이후엔 성인 40%만 1회 접종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2개국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레바논의 경우 무려 43%의 응답자들이 결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밖에 다른 한 조사에서 파푸아뉴기니아는 백신 접종률이 겨우 3%에 불과한데도 80% 이상의 응답자들이 백신을 맞을 계획이 없거나 불확실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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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백신 거부의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비슷하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다. 코로나19 백신들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개발됐고 이 과정에서 개발사들이 밝힌 효능이나 접종 대상 등이 종종 변경되면서 신뢰를 잃은 사람들이 많다. 또 정부의 의료ㆍ방역 정책에 대한 신뢰도, 백신에 대한 괴담 유포 등도 주요 변수다. 여기에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수십년간 내전과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행이 정부 및 서구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부추겨 백신 접종 거부로 이어졌다. 서구권 국가들이 백신을 독차지한 후 유통 기한이 다 지나갈 무렵 선심 쓰듯 기부해 자존심이 상한 것도 원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저소득 국가들이 직장 출근, 해외 여행 등의 경우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권한다. 실제 한 조사 결과 백신 접종 거부자 중 3분의1은 해외여행을 가게 될 경우 백신을 맞을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저소득 국가 국민들에게 익숙한 에이즈 예방약 배포나 결핵 검사 같은 기존 전염성 질병 예방 프로그램과 통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이즈연구프로그램센터(CAPRISA) 커뮤니티프로그램 책임자는 네이처에 "정부는 HIV 팬데믹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백신 거부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보다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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