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7차례 공식석상에서 이 말을 썼다. 이중 6번이 군 관련 행사 때였다. 절차부심이란 말에 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이 함축돼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기념식에 FA-50 경공격기를 타고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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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군 장성 진급식에서 “역사에서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이 이어진 것은 절치부심의 마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2년반여만에 절치부심이란 말을 다시 꺼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4월 장성 진급식 때도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언급한 뒤 “그런 일을 겪었으면 절치부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결국 나라를 잃고 35년간 식민지 생활을 해야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종전 후 70년 가까이 우리는 한ㆍ미동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독자적 전시작전권까지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저는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시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도 강한 힘이 뒷받침될 때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 우리 힘으로 우리 국방을 지키고, 그 힘으로 끝내는 분단까지 극복해내고, 한ㆍ미동맹과 함께 동북아의 안전과 평화까지 이루어내는 강한 국방력을 갖추는데 절치부심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성 진급·보직 신고 및 수치 수여식에서 진급 장성의 경례를 받고 있다. 삼정검의 '삼정'은 육·해·공군이 일치하여 호국·통일·번영의 3가지 정신 달성을 의미하며 수치는 끈으로 된 깃발로 장성의 보직과 이름, 임명 날짜, 수여 당시 대통령 이름이 수놓아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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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에 정부가 추구했던 안보의 목표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그는 “핵심은 일본이 미국과 함께 담당해온 동북아 질서의 균형추 역할을 한국이 상당 부분 맡는 조건으로 미국의 동의 하에 국방력을 대폭 신장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판문점에서 유엔사 장병들이 비무장 상태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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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5월 한ㆍ미 정상회담에선 미사일지침이 폐기되면서 미사일의 탄두중량과 사거리 한계가 사라졌다. 고체연료 사용 제한도 없어졌다.
첨단무기들도 잇따라 등장했다.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4를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음속순항미사일 등이 연이어 개발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사실상 같은 방식의 자체 개발 로켓 ‘누리호’도 성공에 근접했다. 또 내년 예산에는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경항공모함 도입 관련 비용까지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신무기의 시험 때마다 현장에 직접 참석해 “미래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초일류 ‘게임 체인저’ 기술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9월 15일 도산안창호함(3천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날 발사시험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군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SLBM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만 운용하고 있는 무기체계로, 한국이 세계 7번째 SLBM 운용국이 됐다. 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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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세력과 야당 등에게서 "눈에 띄는 레거시가 보이지 않는다"는 핀잔을 듣는 현 정부 지만,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괄목할 성장을 이룬 국방 분야가 문 대통령 최고의 성과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문재인식 국방력 강화엔 비판도 따른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교수는 “한ㆍ미 동맹 체제라는 전제를 가볍게 보고 자체 국방력 강화를 대화의 지렛대로 삼겠다고 했던 설계에 모순이 있다”며 “한국은 국방력을 키우고도 중국을 의식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ㆍ태평양 체제에 들어가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안보의 근간인 한ㆍ미ㆍ일 삼각동맹의 신뢰만 무너져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가다 뒤돌아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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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모순적 설계에 따라 국방력을 강화했지만, 결과적으로 ‘칼집에서 꺼낼 수 없는 비대한 칼’ 때문에 오히려 차기 정부가 외교ㆍ안보 정책을 새로 만드는 데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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