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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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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으로 뭘 얻으려는 건가" 前주한미군사령관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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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으로 얻을 성과가 불분명하며, 유엔군 사령부(유엔사)의 존재 자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정부의 주장과 달리 종전선언이 정전협정 체제의 관리자인 유엔사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중앙일보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ㆍ미 연합사령관이 지난 7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한ㆍ미연합사령관 이ㆍ취임 행사에서 경례하는 모습. 오른쪽은 폴 라카머라 현 사령관.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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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으로 뭘 얻으려 하나"



지난 7월 이임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 화상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전선언을 성급히 할 경우 '전쟁이 끝났으니 1950년 여름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사는 1950년 6·25 전쟁 발발 직후 북한의 남침에 군사적으로 반격하기 위해 긴급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창설됐다.

그는 종전선언 이후 "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같은 상황이 생길 것"이라며 "'유엔사는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창설됐는데 전쟁이 끝났다, 그렇다면 유엔사가 더는 필요 없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각국이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언급한 각국은 전쟁의 당사자인 한국과 북한, 중국을 모두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또 "유엔사 없이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국들만 남아 있다면 이는 정전협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러면 우리는 평화협정 등 합의 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에는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강조하며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평화협정 논의를 우려했다.

이는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을 미국 측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일 수 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정전협정 체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문 정부의 주장을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직은 아니지만,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최전방 방어 임무를 수행한 그의 발언은 워싱턴 조야에서도 무게감을 지닐 수밖에 없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앞서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민간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토론회에서도 "종전선언의 추진은 위험(risk) 수준이 아니라 도박(gamble)"이라며 "종전선언으로 이루려는 최종 상태가 평화협정인지 비핵화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유엔사=남북 관계 걸림돌' 주장도 반박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유엔사가 남북관계를 가로막는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preposterous)"며 반박했다. 남북 간 협력 사업에 제재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 그는 "(제재 예외 인정 여부는)유엔 1718 위원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검토해 승인할 일이지, 유엔사가 제재 이행을 강제할 권한이나 책임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에 있었던 구체적 사례도 들었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제재 면제와 관련해 "대북제재위의 승인이 나자 유엔사는 24시간 이내에 (한국 측 인력의) 군사분계선 통행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또 타미플루 대북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유엔사는 요청을 받고 18시간 만에 (타미플루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슷한 사례를 계속 제시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유엔사가 제재를 물고 넘어지며 통과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결국 타미플루 지원 자체가 무산됐다는 여권 일각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처럼 전임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매체와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종전선언뿐 아니라 재임 당시 일화에 대한 내막을 그대로 밝힌 건 문 정부가 종전선언 추진에 임기 말 외교력을 쏟아붓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전선언으로 인해 정전 협정 체제와 유엔사 지위가 흔들리는 건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유엔사는 최근 들어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를 부쩍 활성화하고 있다. 페이스북 게시글의 경우 지난 9월에는 게시물이 10여건에 불과했지만,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9월 21일)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10월에는 30여건, 지난달에는 40여건으로 늘었다.

통상적 공보 활동 강화의 일환으로도 볼 수도 있지만, 최근 게시물 중에는 "유엔사는 한반도 평화의 근간인 정전협정 규정을 명확하고 일관되며 투명하게 적용하고 있다"(지난 5일 '공동경비구역 월간 H-128 비행' 관련 설명)고 강조한 내용도 눈에 띈다. 한국 국민을 상대로 '정전협정 체제의 수호자'로서 유엔사의 지위를 명확히 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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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이임 한ㆍ미 연합사령관 서훈식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ㆍ미 연합사령관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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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관련 "한국, 솔직히 뒤쳐져"



한편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둔 한국군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전작권 전환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지만, 사실상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간 상태다.

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으로 "한국이 전략 타격 능력을 획득하고 한국형 통합 공중미사일방어 체계를 개발해 배치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솔직히 많이 뒤쳐져 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정세와 코로나19 등을 명분으로 축소 실시됐던 한ㆍ미 연합훈련에 대해선 "미국의 항공모함 타격단, 5세대 전투기, 전략폭격기가 훈련에 나선 걸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냐"며 "그간 축소했던 연합훈련 일부를 재개할지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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