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AP·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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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내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놓고 미 우방국들이 양갈래로 나뉘었다.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압박 카드로 올림픽 보이콧을 띄웠지만, 우방국들의 소극적인 반응으로 외려 중국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26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의 외교적 보이콧은 일부 동맹국ㆍ우방국만 참여하는 ‘제한적 성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 정부는 이달 6일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베이징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에 외교적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다”며 보이콧을 공식화했다. “신장 위구르 지역 등에서 벌어지는 중국 정부의 집단학살, 반인도 범죄 등이 그 이유”라면서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들은 경기에 참여하지만, 정부 고위급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후 한달 새 영국ㆍ일본ㆍ호주ㆍ캐나다 등이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서방 첩보동맹 5개국(미ㆍ영ㆍ호주ㆍ캐나다ㆍ뉴질랜드)에 일본이 가세한 모양새다. 다만 뉴질랜드는 미국의 공식화에 앞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우회적인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 가운데 일본 정부는 지난 24일 “일본 정부 대표단 파견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며 뒤늦게 보이콧 대열에 동참했다. 미 정부의 공식화 이후 보름 넘는 장고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이 기간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 일본 총리는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국익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판단하겠다”며 원론적인 발언만 해왔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이달 5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에 올림픽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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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힐은 반면 프랑스ㆍ한국 등 일부 동맹국은 미국 주도의 보이콧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선 “미국과 첨예한 단절을 겪고 있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공조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매체는 부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3일 호주 캔버라 순방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하라는 권유를 받은 바가 없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임기 내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중국에 공개적으로 날을 세우기가 부담일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올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남ㆍ북ㆍ미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 종전선언’을 공개적으로 띄웠다.
프랑스 역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은 상징적일 뿐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발표가 있은 지 며칠 만에 “올림픽을 정치화해서는 안 되며 유용한 효과가 있는 조치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여론을 촉발시킨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의 탄압설을 언급하며 “선수 보호를 위해 국제 올림픽 위원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파리가 2024 여름 올림픽 개최지라는 현실에다 이면에선 오커스(AUKUS) 갈등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난 9월 미국이 호주ㆍ영국과 새로운 안보체제 오커스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프랑스는 호주와의 잠수함 계약을 일방 파기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프랑스는 “미국이 동맹국인 프랑스를 모욕했다”며 크게 반발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부랴부랴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매끄럽지 못 했다”고 달래야 했다. 갈등은 표면상 봉합됐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프랑스가 독자 안보 노선을 강화하려 한다”는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을 맺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외교적 보이콧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말 그대로 각자도생의 선택을 하고 있다.
최근 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뒤 실종설이 불거진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 그의 실종 이후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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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헨리크 투네 국무부 장관은 더 힐의 질의에 “내년 2월 팬데믹과 관련한 여건이 된다면 노르웨이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는 보이콧을 국가 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달 출범한 독일의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 정부는 “유럽연합(EU)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차기 토리노 동계 올림픽(2026년) 개최국인 이탈리아는 일찌감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는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최근 대만 대표부 개설 문제로 중국과 외교 관계가 경색된 리투아니아는 보이콧 행렬에 동참한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띄운 보이콧이 서방 민주주의 진영의 ‘적전 분열’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메리 캘러거 미 미시간대 정치학 교수 겸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더 힐에 “미 우방국들의 단결 부족은 중국에 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런 종류의 보이콧은 미국이 어떤 행동을 하려 할 때 동맹국들 가운데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를 중국에 명확하게 노출시킨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블루멘설 상원의원(민주당ㆍ코네티컷)도 “중국이 올림픽을 거대한 선전선동의 승리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미국은 막으려 하지만 동맹국들의 결단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며 “중국은 온갖 교묘한 방식으로 이를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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