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토론에 대해 “별로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은 싸움밖에 안 나온다. 사고방식 등을 검증하는데 정책토론은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이 후보는 ‘독재’와 ‘민주주의의 본질’이란 표현까지 동원하며 연일 ‘토론 거부자=무자격자’란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반면 윤 후보는 27일 대장동 특검을 토론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며 토론에 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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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토론 거부는 민주주의 거부”…‘무자격 프레임’ 공세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낱 말싸움으로 치부하며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자칫,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해되기 쉽다”는 글을 올렸다.
주한일본대사 접견한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한 가운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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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전날에도 “(토론 무용론은) 민주주의와 정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 했고, 지난 25일에도 “논쟁이 벌어지는 걸 회피하면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윤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날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신봉하는 미국 시장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합리적 기대 이론’을 언급하며 “토론 기피는 유권자의 능동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행위일 뿐”이라는 논평을 냈다. 그간 대선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토론을 피하는 후보는 후보 자격이 없다”(페이스북)고 가세했다.
지난 9월 28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선 후보 TV토론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당시 경선 후보.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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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 측이 연일 토론을 압박하는 배경과 관련해 선대위 관계자는 “정권 교체율이 여전히 높지만, 인물론으로만 보면 이 후보의 경쟁력이 앞서있다”며 “TV 토론은 누가 더 준비된 대통령인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언의 비율은 윤 후보가 압도적으로 더 높다”(수도권 초선)는 의견에선 TV토론을 통해 윤 후보의 실언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이 후보 측 내부엔 “윤 후보가 토론에 응하지 않더라도 나쁠 건 없다”는 기류도 있다. 이 후보의 TV 토론 준비에 관여하는 한 의원은 “윤 후보가 계속 피하는 모습만 보이면, 국민은 ‘준비가 안 됐나’, ‘자신이 없나’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尹 “대장동 특검 받으면 토론하겠다”…심상정 “회피 후보 내버려 두자”
윤 후보 측에서도 맞대응을 시작했다. 윤 후보 본인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보고 토론 자신 없냐고 하는데, 제가 그동안 (경선 중) 16번이나 토론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윤 후보의 TV 토론 회피를 “무서워서 안 하는 것”(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이라고 한 데 대한 반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본시장 공정회복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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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중범죄 혐의에 휩싸인 후보가 진상규명에 협조도 안하는데 어떻게 같이 앉아서 국가장래에 대해 논할 수 있느냐. 저도 창피하다, 솔직한 얘기로…"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 후보의 말과 행동 그리고 정책과 공약 가운데 단 한 가지라도 정리된 것이 있는가”라며 “도대체 무엇이 진심인지 모를 후보와 정상적 토론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논평을 냈다.
지난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후보자 10차 토론회에서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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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가 (토론을)잘하는 사람처럼 착각한다"(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 후보는 이 후보와 (토론) 맞짱을 떠도 전혀 눌리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자신감과 맷집과 능력이 있다”(김근식 정세분석실장)는 윤 후보 엄호 발언도 이어졌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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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소위 '제3지대'에선 "윤 후보를 제외한 토론회 개최"제안이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대선 후보가 검증을 회피하겠다면 당연히 링을 내려가야 하는 게 맞다”며 “국민 앞에 설 수 없다는 후보는 내버려 두고, 준비된 후보들은 새해부터 곧장 TV토론을 시작하자”고 썼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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