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감염자, 델타 중화항체 강화될 수도"
델타보다 중증도 낮고 감염력 높아…'독성' 약해질 수도
코로나19 '감기화' 가능성도 점쳐져
그러나 섣부른 낙관론 금물이라는 지적 나와
방역당국 "확산세 빨라…고위험 그룹 노출 위험 커져"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 속 검사 나선 미국인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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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사람은 델타 변이에 대한 저항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이론이 제기되면서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델타에 비해 독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이 빠른 시일 안에 우세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이 '코로나19 감기화'의 시초인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독일 막스 델브뤼크 분자의학센터(MDC) 소속 '시걸 랩'을 운영하는 미생물학자 알렉스 시걸은 28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오전 방호복을 입은 해외 입국자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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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걸은 오미크론이 이미 우세종이 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로나19 감염 증세를 보인 환자들을 모아, 증상이 발현된 시점부터 증상 발현 이후 14일이 지난 시점까지 모니터링하며 중화항체의 변화를 관찰했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신체에 침투했을 때 그 영향을 중화해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를 뜻한다.
그 결과,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람의 중화항체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약 1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다. 오미크론 감염자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중화항체가 4.4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시걸은 "현재 남아공 연구 결과를 보자면, 오미크론의 이런 특성은 델타를 밀어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람이 델타에 재감염될 가능성이 낮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끼친 혼란은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 확산 속도는 훨씬 빠르지만, 중증도는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바이러스 모형. / 사진=연합뉴스 |
앞서 남아공, 스코틀랜드,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전염력이 높은 대신 중증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지난 26일 'A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 중증도가 덜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나라에서 나온 증거를 보면 기쁘지만, 이를 두고 자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만일 오미크론이 델타 재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면, 오미크론은 금세 코로나19 우세종으로 떠오르게 된다. 여기에 더해 델타보다 중증도까지 낮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환자 발생 확률이 더욱 줄어든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약화'되는 길이 열릴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이 향후 '코로나19 감기화'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6일 영 매체 '가디언'은 '코로나19가 전염성이 높아지는 대신 독성은 약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다.
이날 줄리안 탕 영국 레스터대 교수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 변이(오미크론)는 바이러스가 보다 약한 증세를 일으키면서 인간에 적응하는 과정의 첫 단계일 수 있다"며 "사람들이 너무 아프지 않는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 게 바이러스에게도 유리하다. 그래야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사회에 섞이고 더 많은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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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섣부른 낙관론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미크론의 높은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위중증 환자 수가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의 확산세로 인해 코로나19가 감기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아직은 예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남아공 사례 등을 봤을 때 오미크론의 중증도는 델타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평이 대체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확산세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확진자 숫자도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 확진자 속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고위험 그룹의 감염 숫자도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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