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이 초기화되면서, 닫혔던 은행 대출 창구도 다시 고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강화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고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율을 더욱 촘촘히 관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예년처럼 후한 한도의 돈을 빌리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주말인 1일과 2일은 DSR 1단계를 적용받는 마지막 기간으로, 총대출액(신청액 포함)이 2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주의 경우보다 넉넉한 한도를 받아두기 위해 휴일 동안 모바일 대출 창구를 활용해보는 것도 참고해볼 만하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날인 1월 1일 오전 11시부터 토스뱅크가 멈췄던 대출 영업을 3개월 만에 재개한다. 토스뱅크는 현재 대출 창구 오픈 알림 서비스와 예상 한도·금리를 미리 조회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차주의 조건에 따라 달리 적용되겠지만, 토스뱅크의 대출상품 최저 금리는 연 3% 초반, 최대한도는 2억7000만원이다.

지난 8월 가계대출 총량이 급격히 늘어나 돌연 대출을 중단했던 NH농협은행도 1월 3일부터 모든 영업을 정상화한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판매를 재개하는 한편, 신용대출 한도도 ‘연소득 이내’로 관리하되 최대한도를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복귀시켰다. 사실상 한도를 더 부여받을 수 있는 효과를 내는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판매도 다시 이뤄진다. SC제일은행도 같은 날짜를 기점으로 신규 주담대(퍼스트홈론)를 정상 공급하고, 현재 사전 신청도 접수하고 있다.

대출 영업은 속속 재개되지만, 문턱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내년도 최우선 과제로 가계대출 관리를 꼽은 데 따라 은행들의 관리 의무도 더욱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내년 가계대출 공급량은 31조5000억원 규모로, 올해보다 약 25%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농협·우리은행이 올해 말 대비 연간 증가율 4% 초반, 국민은행이 4% 중반, 신한·하나은행이 4% 후반대 정도의 계획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저신용자(KCB 820점 이하)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을 적극적으로 공략해보는 것도 좋다.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도 금융당국에 약속한 중·저신용자 비중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예년보다 중·저신용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게다가 신생 업권이자 연간 대출 총량 규모가 시중은행에 비해 작아 일괄적으로 총량 증가율 4%대 적용도 받지 않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전날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대출 증가율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고신용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내년에도 고신용자 대상 신규 대출 중단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주의 경우 이번 주말을 노려보는 전략도 필요하다. 내년부터 강화한 DSR 규제가 시행되는데, 본격적인 적용일이 내년 1월 3일부터이기 때문이다. DSR 규제는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적용돼 내년에 대출이 나오더라도 올해의 DSR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 밖에도 1월 2일까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납부하거나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만기 연장 통보를 받거나 ▲입주자모집공고를 실시한 사업장의 잔금대출 역시 종전 규정이 적용된다.

현행 DSR 규제는 ‘1단계’가 적용돼 시행되고 있는데 부동산 규제 지역 내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에 대해 개인별 DSR 40%(은행) 규제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자도 해당 규제를 적용받는 2단계가, 7월부터는 1억원 초과자까지 포함되는 3단계가 시행된다.

이 때문에 이번 주말인 1월 1일과 2일이 DSR 1단계를 적용받는 마지막 기간이 될 전망이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지방은행 중 대구은행이 주말 동안에도 모바일 대출 창구를 운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단계 적용 시점을 고려해 주말 동안 온라인 대출 신청자가 몰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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