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윤 교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뇌까지 퇴화한다”며 보청기·인공와우 등 난청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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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와우 수술은 가장 확실한 난청 치료법이다. 수㎜의 얇은 전극으로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보청기로도 살리기 어려운 청력을 되찾아준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수술 방식·장치의 개선, 체계적인 진단·관리의 도입으로 치료 성공률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적절한 때 치료하기만 하면 누구나 난청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 난청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 “청력이 떨어지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소아는 언어 발달이 제대로 안 돼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고 성인 역시 소통의 단절로 인해 고립감과 우울증을 경험하기 쉽다. 또 다른 문제는 뇌 기능 저하다. 극심한 청력 저하는 대부분 달팽이관(와우)의 문제로 인한 감각 신경성 난청으로 자연 치유가 어렵다.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면서 청력을 담당하는 부위는 물론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줄어 뇌 기능이 전반적으로 퇴화하게 된다.”
Q : 감각 신경성 난청은 어떻게 치료하나.
A : “청력이 남아 있을 땐 소리를 키우는 보청기를 쓴다. 달팽이관의 기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착용해도 말소리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데 이때는 인공와우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기준은 소리의 크기(데시벨·㏈)와 어음 변별력이다. 특히 말소리를 구분하는 어음 변별력은 치료 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단서다. 보청기 착용 후에도 ‘남’을 ‘밤’으로, ‘길’을 ‘일’로 듣는 등 자음을 구분하기 어렵거나 타인과 대화할 때 내용의 40~50% 이하만 알아들을 수 있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음 변별력은 15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검사가 가능하다. 또 가족 중에서 난청 환자가 많다면 유전자 검사로 인공와우 수술 시기를 결정하기도 한다.”
Q : 유전자 검사가 왜 필요한가.
A : “난청은 소음·약물 등 환경적인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동일한 환경에서도 사람마다 청력 손상 정도가 다른 이유다. 심각한 감각 신경성 난청에서 소아는 70~80%, 성인은 절반가량이 ‘난청 유전자’를 갖고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청력이 단기간에 나빠질 가능성이 크고 보청기의 효과가 작을 것이라 판단되면 인공와우 수술을 우선 고려하는 게 환자에게 이익일 수 있다.”
Q : 인공와우 수술은 위험하지 않나.
A : “인공와우 수술은 달팽이관을 대신해 가는 전극으로 전기신호를 전달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치료다. 이미 30년 이상 시행된 난청의 표준 치료로 대개 2시간 정도면 수술이 완료되고 후유증도 거의 없다. 많은 난청 환자가 뇌 수술이라고 오해하지만 전혀 아니다. 중이염이 동반되지 않으면 고막도 건드리지 않는다. 오직 기능이 떨어진 달팽이관·청신경만을 정밀 치료한다.”
Q : 수술 과정이 궁금하다.
A : “귀 뒤쪽에 손으로 만져지는 뼈(유양동)를 갈아 곧장 달팽이관으로 접근한다. 종전에는 전극을 삽입하기 위해 달팽이관에 직접 구멍을 뚫었지만 요즘은 원래부터 나 있는 구멍(정원창)을 이용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충격·소음으로 인한 청력 손상을 예방하는 한편 수술 시간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와우 전극의 발전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변화다.”
Q : 인공와우 전극은 어떻게 개선되고 있나.
A : “인공와우 전극은 크게 달팽이관 내에서 바깥쪽을 도는 ‘외측 일자 전극’과 안쪽의 축을 중심으로 도는 ‘와우축 전극’으로 구분된다. 외측 일자 전극은 두께가 얇지만 일(一)자 형태라 벽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정원창을 활용할 수 있어 주변 조직 손상이 덜하지만 청신경과 연결된 와우축과 떨어져 있어 효율적으로 청신경을 자극하기 어렵다. 와우축 전극은 정반대다. 두께가 다소 굵어 달팽이관에 구멍을 뚫은 후 삽입해야 하지만, 자연스럽게 휘어져 청신경에 가깝게 위치시킬 수 있다. 각각의 특징이 다른 만큼 지금까지는 청력이 어느 정도 남은 환자는 외측 일자 전극을, 선천적으로 청신경이 가늘거나 노화가 심한 환자는 와우축 전극을 쓰는 등 양자택일해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 장치가 두 전극의 단점을 보완한 ‘얇은 와우축 전극’이다. 정원창을 이용하면서도 청신경에 가깝게 위치시킬 수 있어 잔존 청력, 청신경 상태에 구애받지 않고도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게 됐다.”
Q :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한데.
A : “인공와우 수술을 한 뒤에는 청신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전류의 양·강도를 조절하는 ‘매핑(mapping)’ 작업을 진행한다. 기존에는 상처가 아물기까지 2~3주가 소요됐지만 수술 방식·장치가 진화하면서 이제는 24시간 내 매핑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런 ‘조기 매핑’은 일상 복귀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 치료 완성도를 높이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수술 후 매핑까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극 주변에 섬유화가 진행해 전기적 저항값(임피던스)이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배터리가 빨리 닳고 소리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우리 병원과 가천대 길병원의 공동연구(사이언티픽리포트, 2021) 결과,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해 수술한 뒤 조기 매핑을 시행한 환자는 2~3주 후 매핑을 시행한 환자보다 초기 임피던스가 더 낮게 유지됐고 안정화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도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Q :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A : “암도 말기에 수술하면 효과가 없듯, 인공와우 수술도 뇌가 퇴화한 후 시행하면 만족도가 떨어질뿐더러 재활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난청이 의심된다면 늦기 전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 후 보청기·수술 등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길 바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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