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빅테크가 시장변화 주도 자성·성찰·반성 목소리
"차별화된 오프라인 강점 활용한 '옴니채널'로 디지털 혁신"]
사진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 조용병 신한금융, 김정태 하나금융, 손태승 우리금융,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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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새해에도 주요 금융그룹의 화두는 '디지털'이었다. 대형 금융지주 회장들은 기존 오프라인 영업망의 강점을 바탕으로 비대면·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워 빅테크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응전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미국 월마트의 혁신 시도가 온·오프라인 결합 모델의 모범사례로 제시됐다. 찰스 다윈의 생명체 생존 원리인 '진화론'까지 차용해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형 종합 금융그룹이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의 기업가치(시가총액)에 못 미치는 냉정한 시장 평가에 대한 자성과 성찰의 목소리도 나왔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3일 온라인 시무식에서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는 트렌드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리딩금융그룹인 KB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며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KB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신년사에서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고객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빅테크나 인터넷은행이 금융플랫폼으로서 기존의 금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그야말로 하루 단위의 디지털 혁신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위기감을 강하게 토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더 나아가 "종합금융그룹의 시가총액이 한때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두 회사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다. 공룡은 결국 멸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특히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살아남는 것은 강하거나 영리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라고 했다"면서 "기업의 흥망이 걸린 변곡의 기로에선 단순히 적응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적극적인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금융그룹 회장들은 그러면서도 인터넷은행과 빅테크와는 차별화된 오프라인 영업망의 강점을 활용해 디지털 혁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의 옴니채널 전략인 '커브사이드 픽업'(온라인 주문 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지정 장소에서 제품을 받는 서비스)을 언급했다. 월마트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직원이 직접 냉장고에 넣어주는 '인홈 딜리버리' 서비스를 운영한다.
윤 회장은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e커머스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했다"며 "우리도 고객 입장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개선해 최선의 혜택, 편의,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KB금융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을 '슈퍼 앱'으로 키우기 위해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조 회장은 디지털 트렌드 변화에 맞춰 "신한의 모든 것을 다시 정렬하자"며 '재창업'의 각오로 그룹을 혁신하겠다고 했다. 조 회장은 특히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 나가자"고 했다. 김 회장은 빅테크에 없는 강력한 오프라인 영업점을 활용한 '옴니 채널' 전략으로 '디지털 퍼스트'를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핵심기반의 재설계를 위한 핵심 과제로 주요 기술의 내재화, 우수 인재 육성과 확보, 조직과 인프라 확충을 제시했다.
손 회장 역시 "디지털은 금융에서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본업"이라며 "기존 플랫폼 서비스를 과감히 혁신해 '디지털 기반 종합금융그룹'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특히 그룹 차원의 MZ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드는 등 전 세대에 걸친 고객들이 찾는 금융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손병환 농협금융그룹 회장도 이날 시무식에서 "금융의 본질은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고객 관점의 디지털 사업을 올해 핵심 전략 키워드로 제시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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