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도 문제
전문가 "합리적 근거 제시 노력 해야"
4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을 떼고 있다. 이날 법원이 학원과 독서실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의무 적용 조치의 효력을 본안 소송 선고일까지 정지한다고 밝혔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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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행정법원 결정에 따라 방역당국은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즉각 중단했다. 방역당국은 곧장 "법원 결정에 항고 등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오미크론 변이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명분으로 방역패스를 점차 확대 적용하려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당장 백화점 등 다른 시설에서 소송이 제기되면 어떻게 될지, 또 3월로 예정된 청소년 방역패스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하면서 적용 시설을 학원·독서실 등으로 확대하고, 12~18세 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방안을 포함시켰고, 지금까지 '사실상 청소년 강제접종이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정부가 법원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식당, 카페 방역패스 또한 논란될 수도
결정문을 보면 법원은 방역당국의 방역패스 적용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미접종자가 접종자에 비해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약 2.3배 크다는 점은 차이가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중증화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현저히 낮다"고도 했다. 방역패스의 명분인 '미접종자에 대한 일종의 보호 조치'라는 전제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식당·대형마트 등 다른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흥주점, 카지노 등에 적용하는 방역패스와 의식주에 필수적인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는 천지 차이"라며 "아무리 감염병 예방법이라고 해도 초헌법적일 순 없다"고 강조했다. 안 그래도 학부모 학생들의 반발 때문에 시행이 한달 늦춰져 3월부터 적용이 예정됐던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 "정부가 합리적 근거 아래 방역패스 제시해야"
보건복지부는 법원 결정 뒤 즉각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12세 이상 확진자의 30%, 중증환자 사망자의 53%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시기에는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반박문을 내놨다.
복지부는 또 "법원이 12세 이상 미접종자 감염률와 돌파감염 비율이 각각 0.15%와 0.07%인데, 0.0015%와 0.0007%로 잘못 계산해 두 집단간 차이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힌 뒤 "한 주간의 발생 상황만으로 미접종자가 2차 접종완료군 대비 감염 위험이 2.3배 높은데 그친다고 평가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반박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뒤에나 나왔다. 법정에 이 자료들이 제출되고 설득력 있게 제시됐는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근거 아래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학교와 공연장은 되고, 학원, 독서실은 막는 것 자체가 논란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 역시 "권고가 아닌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정부의 청소년 백신 정책에 대한 허점을 100% 드러낸 꼴"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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