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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치맥, 후드티 화합뒤 거듭된 반목…투스톤의 ‘위태한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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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밖 대선주자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 전면충돌까지 6개월

윤석열-이준석 갈등과 극적화해 반복…‘강요된 봉합’ 불씨남아


한겨레

극한 대치 끝에 전격 화해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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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갈등하다 지난 6일 또 화해했다. “제가 세번째 도망가면 당대표를 사퇴하겠다”는 이 대표 말대로 두 사람 간의 극한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후보의 정계 입문과 입당 전후, 선대위 구성과 운용 방식을 둘러싼 크고 작은 반목과 반복된 ‘극적인 화해’ 등 ‘투스톤 대전(윤‘석’열과 이준‘석’의 대결) 6개월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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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25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앞 거리에서 '치맥회동'을 마친 뒤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윤석열 당시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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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7월 치맥회동…‘입당’ 힘겨루다 “대동소이” 손잡아


지난해 7월25일,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서울 광진구의 한 치킨집에서 마주앉았다. 밖에서도 안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에서 어색함이 감돌았다. 당시는 이 대표가 “여의도 정치에 숙달된 분들과 거리 있는 분들이 여의도 아닌 곳에 캠프를 차리려고 하는데 그런 모델은 대부분 성과가 안 좋다”(7월22일)며 거듭 윤 후보의 입당을 재촉하던 때였다. 윤 후보는 당 밖에서 대선 주자 행보 중 ‘대구 민란’, ‘주 120시간 근무’ 등 실언으로 논란을 이어가며 리스크가 부각됐다. 이날은 또 윤 후보가 대선 캠프 이름을 ‘국민캠프’로 확정하며 독자행보의 정점을 찍은 날이었다. 국민의힘 사람들이 대거 윤석열 캠프로 들어가자 이 대표는 이날 “특정 캠프에 소속됐던 인사들이 중립적인 양 방송을 했던 것이라면 상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며 공개 저격했다. 어서 입당해 ‘경선 버스’를 타라고 채근하던 이 대표와 당 밖에서 캠프를 정비하며 반전을 꾀하는 윤 후보 간의 기싸움이 팽팽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날 저녁 5시50분 두 사람은 전격적으로 만났다. 당 바깥의 윤석열 캠프 불리기를 견제하고 보수 지지층 분열을 막기 위해 이 대표가 회동을 제안했고 윤 후보가 수용한 결과였다. 이 대표는 이날 “대동소이” “시너지”라는 말로 이날의 만남을 요약했다. 윤 후보도 “국민께서 불안하지 않게 해드려야 한다. 결정할 때까지 시간을 좀 가지고 저를 지켜봐 달라고 말씀을 드렸고 이 대표께서도 흔쾌히 공감하셨다”며 지지층의 우려를 잠재우려 했다. 두 사람을 치킨을 안주로 맥주를 마신 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건대 앞 거리를 걸으며 ‘브로맨스’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로부터 4일 뒤 윤 후보는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지방 출장으로 대표가 부재 중인 상황에서 이뤄진 갑작스런 입당이어서 이 대표가 불쾌감을 나타냈지만, ‘치맥 회동’에서 입당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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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해 12월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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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12월 울산회동…‘김종인 영입’까지 갑작스런 화해


지난해 11월5일 윤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또 다투기 시작했다. 윤 후보 측근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홍보본부장을 겸직한 이 대표를 향해 ‘홍보비를 빼먹으려는 것’이라는 비방이 윤핵관 발로 나돌자 이 대표는 11월30일부터 당무 거부에 들어갔다. 이 대표로서는 윤 후보 쪽에서 충청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동행을 요청한 ‘패싱 논란’과, 자신이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 영입 강행 등에 대한 불만도 쌓인 상황이었다.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이 대표는 숨바꼭질하듯 지방을 돌았다. 12월1일에는 ‘윤핵관’으로 지목된 장제원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을 장 의원이 없을 때 방문해 사진을 남겼다. 일종의 ‘빈집털이’였다.

이틀 뒤인 12월3일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있는 울산으로 내려가 밤 9시40분 울산 울주군의 식당에서 마주 앉았다. 언양불고기와 맥주가 곁들어진 이 회동에는 중재 역할을 한 김기현 원내대표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총괄선대위원장 수락 의사도 확인했다. 두 사람은 회동 뒤 술잔을 들고 “윤석열을 위하여!” “이준석을 위하여!” “김기현을 위하여!”라며 큰소리로 건배하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한껏 화합 분위기를 냈다. 이 대표는 이날 식사 뒤 윤핵관 문제에 대해 “절대 다른 사람 평가로 (서로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어서 ‘핵심관계자’를 경고한 것이지 후보님과 어떤 이견도 없었다. 단 한번도 서로 존중하지 않거나, 이견이 없었다는 점 밝힌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잠행 나흘 만에 이뤄진 봉합으로, 사흘 뒤인 6일에는 김종인 총괄위원장까지 합류한 매머드 선대위가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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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윤 후보 생일 케이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생일 케이크에는 ''오늘부터 95일 단디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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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상임선대위원장 던졌던 이준석, 16일 만에 복귀


선대위 출범 뒤 두 사람은 후드티 유세 등을 다니며 파트너십을 강조했지만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0일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 허위이력 논란에 ‘의원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서운함을 조수진 공보단장을 통해 선대위 회의에서 전달해 이 대표 등의 반발을 샀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자신과 김종인 총괄위원장을 비판하는 윤핵관 발 언론 보도에 대응하라고 지시했지만 조 단장이 “내가 왜 지시를 따라야 하나. 나는 후보의 말만 듣는다”고 항명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대표는 조수진 공보단장 해촉을 요구했지만 윤 후보는 “그게 민주주의 아니겠나”라며 거부했다. 이 대표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기려는 윤 후보에게 반발하며 12월21일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본부장직을 던졌다. 대선을 앞두고 당대표가 선대위 보직을 내려놓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해를 넘겨서도 이어진 이 대표의 보이콧은 1월6일, 또 ‘극적인 화해’를 통해 마무리됐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경질되면서 윤 후보의 장악력이 커지고 당내 ‘이준석 사퇴론’이 확산하면서 귀결된 ‘강요된 봉합’으로 볼 수 있다. 대선까지 60여일. 이 대표는 “세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개성 강한 두 사람의 갈등이 완전 종식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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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이 대표가 자신의 아이오닉 당 대표 차를 운전해서 평택 화재 현장으로 출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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