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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하면 곰치국·방어밖에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 [지극히 味적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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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삼척 오일장·번개시장

[경향신문]

해맞이한 이들이 귀가를 서두르는 1월2일 아침, 삼척으로 갔다. 예전에 동해시 오일장을 취재하면서 삼척에는 오일장이 서지 않는다고 알았다. 칼럼도 그렇게 썼다. 알고 보니 2일과 7일에 삼척 중앙시장 주위를 감싸듯 장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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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오일장은 2·7일 중앙시장 주위를 감싸듯 장이 선다. 활기찬 분위기를 원한다면 매일 새벽 삼척역 앞에서 몇 시간 열렸다 닫히는 ‘번개시장’을 찾으면 된다. 양손 가득 제철 수산물을 장볼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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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가는 동안 2005년도가 생각났다. 맛있는 산양유를 만드는 목장이 삼척에 있었다. 목장 내에서 착유와 동시에 가공하는 국내 유일의 목장형 가공 공장이었다. 지금도 그 고소한 맛이 생각날 정도로 맛있는 산양유를 만들었다. 얼마 뒤 부도로 목장과 공장이 폐업하는 바람에 더 맛볼 수 없게 되었다. 삼척만 가면 목장과 산양유 생각이 난다.

고속도로를 달려 아침 일찍 삼척 중앙시장에 도착했다. 이웃한 동해시 오일장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오일장이다. 이웃한 삼척도 비슷하겠지 예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규모가 동해와 비교하면 반의반도 안 되는 작은 규모다. 잠깐 둘러보면 다 볼 정도였다. 오일장은 섰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골목에 몇몇의 상인과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정도였다. 그래도 괜찮다. 오일장은 이래도 매일 새벽 삼척역 앞에 작은 규모의 수산물 시장이 몇 시간 열렸다가 닫힌다. 이름도 ‘번개시장’. 장은 작아 볼 것 없어 보여도 시장을 나설 때는 양손이 무거울 정도로 매력 넘치는 시장이다.

다음날 일찍 새벽시장 구경에 나섰다. 입구에서 제철 맞은 미거지와 대구가 있다. 미거지는 곰치국의 재료가 되는 녀석이다. 암놈은 누런 밤색이고 수놈은 거무튀튀하다. 알밴 암놈이 수놈의 반값이다. 미거지 암놈을 보면서 생선의 제철은 언제일까 생각했다. 예전에 어구며 배가 안 좋았을 때는 육지 가까이 올 때 물고기를 잡았다. 산란철, 보통 바닷물고기는 수온이 빨리 올라가는 얕은 바다에 알을 낳는다. 알을 낳기 위해 육지 가까이 오면 잡히는 양이 많아져 제철이라 생각한다. 맛의 기준으로 알밴 생선이 가장 맛없다. 미거지 암놈이 반값인 이유다. 알밴 도루묵도 마찬가지다 알배기 직전이 가장 맛있지만 찾지 않는다. 알밴 생선은 잡지도, 먹지도 않았으면 한다.

거제, 남해, 통영, 여수 등 남쪽 바다에 가면 물메기탕이 있다. 이 또한 이름을 잘못 부르고 있다. 남해에서 물메기라 부르는 생선의 이름은 ‘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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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대구살과 김치의 신맛이 하모니를 이루는 김치대구탕. 해장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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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거지국 줄 설 시간에 돌아온 주인공 ‘김치대구탕’ 맛보자…담백한 살맛과 김치 신맛의 하모니란!

물메기라는 어종은 따로 있다. 동해에서 잡히는 것은 미거지, 남해는 꼼치다. 미거지국, 꼼치국으로 불러야 맞다. 시장에는 미거지가 차고 넘쳤지만 사지 않았다. 예전에 미거지나 꼼치는 잘 먹지 않았다. 맛있는 것들이 차고 넘치기에 거기까지 손댈 이유가 없었다. 미거지를 살 바에는 같은 가격의 대구가 낫다. 게다가 시장에는 미거지보다 맛난 생선이 많았다. 기름, 참, 문치, 용 등 다양한 종류의 가자미가 한바구니 1만~2만원이었다. 여러 가자미 중에서 참가자미를 골랐다. 배 쪽 꼬리지느러미 주위가 노랗기에 다른 가자미와 바로 구분할 수 있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다. 통영에서 도다리쑥국의 재료는 도다리 사촌인 문치가자미가 대부분이다. 가자미쑥국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구우면 맛있는 열기(불볼락) 또한 2만원이었다. 구워 먹는 생선으로 고등어, 갈치, 꽁치 등을 자주 먹는다. 열기 맛을 보면 다음부터는 열기만 찾게 된다. 볼락류도 종류가 많다. 우럭으로 알고 있는 생선의 본명 또한 조피볼락이다. 횟감으로 좋은 생선은 굽거나 조림을 해도 맛있다. 데쳐서 먹거나 라면 끓이기 딱 좋은 작은 문어 또한 1만~2만원이면 살 수 있었다.

생선 파는 어물전 옆으로는 회 떠주는 곳이 있었다. 오늘의 횟감은 용가자미와 달고기였다. 달고기는 몸통에 보름달 모양의 검은 반점이 있기에 달고기로 부른다. 커다란 팩 하나에 만원이다.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게 포장해서 가져갈 수도 있다. 채소만 준비하면 물회나 회덮밥용으로 딱 맞다.

사실 여름 물회는 시원한 맛이다. 겨울에 물회를 먹어야 맛나게 먹을 수 있다. 회는 사계절 중 겨울이 가장 맛있다. 시장을 나서는 내 손에는 가자미와 달고기 회, 문어 그리고 참가자미와 열기가 들려 있었다. 한동안 반찬 걱정 할 일이 사라졌다. 오일장은 특별한 것은 없지만 찾아보면 필요한 것이 있다.

삼척항에 가면 메뉴가 비슷하다. 동해 어디를 가나 같은 메뉴를 만난다. 한 집 건너 대게 집이고 그 옆은 횟집이다. 하나같이 ‘곰치국 개시’ 푯말이 붙어 있는 것도 같다. 어느 집은 곰치국 먹겠다고 줄까지 서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곰치국을 이 시기에 줄 서서 먹는 것은 시간만 아깝다. 미거지 물이 좋기에 어디를 가나 다 괜찮다. 방송에, 신문에 나온 식당이라고 특별한 미거지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거지보다 몇 수 위 생선이 있다면,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선택 안 할 이유가 없다. 삼척 중앙시장을 나와 삼척항 근처 식당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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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참, 문치 등 다양한 종류의 가자미가 한 바구니 1만~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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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필자가 선택한 메뉴는 김치대구탕이다. 이 동네는 미거지 넣고 국을 끓일 때 김치를 넣는다. 김치를 넣으면 신맛이 식욕을 자극하거니와 국물이 깔끔해진다. 담백한 대구살과 김치의 신맛이 적절한 하모니를 이룬다. 가격도 곰치국보다 저렴한 1만1000원이다. 예전에 대구와 명태가 동해에서 사라지기 전에 동해에서는 두 어종으로 국을 끓여 해장했다. 둘이 사라지자 대용으로 미거지가 등장했다. 명태는 아직이지만, 대구는 돌아왔다. 원래 해장국 주인공이 돌아왔으니 선택은 당연했다. 시원하고 매콤한 국물이 속풀이에 그만이다. 따로 나온 찬 중에서 가자미식해도 맛났다. 삼척에서 해장국이 필요하다면 김치대구탕이 제격이다. 부림해물 (033)576-0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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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장서 산 찰가자미, 참가자미, 쥐치, 도화볼락으로 꾸린 ‘DIY’ 모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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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대로 아닌 ‘내 맘대로 모둠회’ 차진 찰가자미·기름 오른 쥐치…비싼 방어 따위 없어도 ‘만족’

미리 해장국도 챙겼고 술친구도 있으니 술 마시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겨울 삼척에서 안주는? 뭐니 뭐니 해도 가자미다. 서울서 출발할 때부터 몇 가지 어종을 염두에 두었다. 선택 조건은 저렴해도 맛있는 생선. 대표적인 것이 성대. 차진 식감은 먹어 본 사람만 안다. 돔 등 비싼 생선에 견주어도 전혀 꿇리지 않는다. 쥐치도 좋을 것이고 가자미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삼척항과 임원항 두 곳의 어시장을 살폈다. 가격은 엇비슷. 삼척항에서 봤던 가자미 중에서 차진 식감이 특징인 찰가자미를 선택하고는 배 쪽 아래가 노란 참가자미도 샀다. 사는 김에 쥐치도 샀더니만 덤으로 도화볼락 한 마리가 더해졌다. DIY 모둠회가 완성. 수족관에는 방어가 있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값만 비싼 방어 따위는 모둠회 구성할 때부터 안중에도 없었다. 모둠회 구성에 들어간 비용은 6만원이었다. 횟집의 모둠회는 주인장이 주는 대로 먹어야 하지만 어시장의 모둠회는 내 맘대로라서 좋다. 차진 식감의 찰가자미는 명불허전, 뼈째 썬 참가자미의 고소함과 기름이 제대로 오른 쥐치와 도화볼락은 나름의 매력이 넘쳤다. 회를 먹다가 초장 집에서 따로 파는 비빔용 채소를 주문해 회무침으로 먹었다. 회만 먹다 보면 질릴 때 회무침이나 물회로 만들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삼척항13호집 010-5369-8548

어제 먹은 술에 속쓰림을 풀 겸해서 동치미국수를 먹으러 갔지만 휴무다. 대신 동치미막국수를 먹으러 갔으나 역시나였다. 뜨듯한 국물이라도 먹으면 괜찮을 듯싶어 육개장을 선택했으나 여기 또한 문을 안 열었다. 잠시 ‘멘붕’ 상태에 빠졌다가 3년 전 취재 길에 맛본 삼척항 물꼬기식당이 생각났다. 코스로 나오는 홍게라면은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하기에 그때 먹지 못했다. 이번에는 동행이 있어 물꼬기식당으로 갔다가 바로 옆 식당의 삼숙이탕으로 메뉴를 바꿨다. 삼숙이? 처음에는 삼식이(삼세기)인 줄 알았다. 주인장께 삼식이냐 물으니 아니라 하면서 작은 아귀 닮은 녀석이라고 한다. 작은 아귀? 망치냐 물으니 맞다고 한다. 망치매운탕, 정말 맛난 생선이다. 진짜 이름은 고무꺽정이지만 대부분 망치라 부른다. 살은 아귀와 비슷하지만, 훨씬 부드럽다. 무 넣고 얼큰하게 끓인 국물이 지난밤의 숙취를 한 방에 해결한다. 곰치국이 해장에 좋다고 하지만 고기 맛과 국물 맛 모두 좋은 삼숙이와 비할 바가 아니다. 삼척에서 먹을 수 있는 해장국에 삼숙이, 고무꺽정이 매운탕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옛집식당 (033)576-0130

삼척 편이 일흔두 번째 칼럼이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만 3년의 연재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 결과물이 속속 책으로 엮이고 있다. 한 권은 나왔고 두 번째 책이 곧 나온다. 다 덕분이다.



경향신문

김진영 식품 MD
매주 식재료를 찾아 길을 떠난다. 먹거리에 진심인 역마살 만렙의 27년차 식품 MD


김진영 식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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