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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가격 널뛰는 테슬라, 팬덤 효과? 가격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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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3일 오전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전시된 테슬라 ‘모델Y‘의 모습. 2021.1.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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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효과? 가격 갑질?’

미국 전기자동차 브랜드 테슬라의 주요 모델 국내 판매 가격이 지난해에만 서너 차례 오른 것을 두고 업계 안팎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번 차량을 출시하면 가격을 거의 바꾸지 않는 기존 자동차 업체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팬덤’에서 비롯된 테슬라만의 가격 정책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팬덤을 악용한 이른바 ‘가격 갑질’ 이라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의 스탠다드 트림 판매가격은 지난해 초 5479만 원이었지만,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5859만 원, 6059만 원으로 올랐다. 올해 들어 또 다시 100만 원이 오른 6159만 원에 판매 가격이 책정된 상태다. 모델 3 스탠다드 트림이 처음 한국에 출시됐을 때의 가격 5239만 원과 비교하면 920만 원(17.6%)이 더 비싸다.

모델3 롱레인지는 출시 가격이 6479만 원이었는데, 현재 6979만 원에 팔리고 있다. 모델3 퍼포먼스 트림은 지난해 초 7479만 원에서 10월 7739만 원, 11월7939만 원으로 비싸지더니 올해(8039만 원) 8000만 원대를 넘겼다.

반대로 가격을 낮춘 경우도 있었지만 목적이 있었다. 롱레인지 트림은 지난해 초 6479만 원에서 480만 원 낮춘 5999만 원으로 판매했다. ‘6000만 원 미만 전기차’에 보조금 100%를 지급하는 정부 정책의 혜택을 받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해 2월 출시된 모델Y 롱레인지는 6999만 원에서 7099만 원, 7699만 원, 7989만 원으로 출시 1년도 안 돼 가격이 10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모델Y 퍼포먼스의 현재 가격은 8699만 원으로 출시 가격 7999만 원보다 700만 원이 비싸다. 프리미엄 급인 모델X 역시 출시 가격 1억2990만 원 보다 1000만 원 이상 올랐다. 특히 테슬라 코리아 홈페이지는 10일 기준 모델X 판매 가격을 찾을 수가 없다. 가격이 미정이란 뜻이다.

테슬라 측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원자재 가격 상승, 기타 차량 기능 업그레이드에 따른 가격 변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같은 제조 환경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유독 테슬라만 큰 폭의 가격 조정이 있는 셈이다. 보통 완성차 업체들은 연식 변경이나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 출시 등에 맞춰 가격을 새로 매기지만 자동차 부품 및 원자재, 대외 변수 등 출시 후 외부환경에 따라 가격을 바꾼 경우는 드물었다.

테슬라는 또 최근 국내에서 모델Y의 특정 모델을 갑자기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사전 구매를 희망했던 고객들은 돈을 더 주고 다른 모델을 구매하던지 아니면 주문을 취소해야 했다. 전기차 주문을 취소하면 수수료 10만 원을 환불해주지 않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에 착수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이런 영업 방식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 해왔던 가격 책정 방식과 마케팅, 광고, 세일즈 방식, 고객 신뢰 등을 이유로 가격을 못 바꿨는데, 테슬라는 그런 기존 방식을 탈피했다”며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가득한 팬덤 없이는 저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를 구매하려다 포기한 A씨는 “가격이 계속 변동이 되다보니 뭔가 호구 잡히는 것 같았다. ‘당신이 안 사도 살 사람 많다’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하는 것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든다”고 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면 테슬라는 또 다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며 “테슬라 가격이 계속 오르면 자연스럽게 다른 수입차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303대에서 2019년 2430대, 2020년엔 1만1826대를 팔았다. 지난해 판매량 1만7828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적이다. 한 완성차 업체 임원은 “테슬라 브랜드는 다른 완성차와는 사뭇 다르다. 브랜드와 테슬라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 그 자체에 열광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팬덤이 존재하는 한 테슬라가 가격을 올린다 해도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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