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여왕만 70년째…'아누스 호러블리스' 그후, 플래티넘 주빌레 맞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지난해 7월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다음달 6일 즉위 70주년을 맞는다. 가디언ㆍBBC 등 영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영국은 이번주부터 축제 분위기다. 2월 2일부터 5일까지가 공휴일로 지정됐고, 1400명의 정예 군인과 200마리의 기마병이 벌이는 퍼레이드가 버킹검궁에서 펼쳐지며 런던의 랜드마크 세인트폴 대성당은 ‘감사의 기도’ 행사를 연다. 팬데믹으로 인해 규모는 축소되겠지만 영국 정부도 여왕의 즉위 70주년은 성대히 치를 분위기다. 즉위 70주년, 즉 ‘플래티넘 주빌레’를 맞이한 군주는 영국 사상 처음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26세에 왕위에 올랐다. 플래티넘 주빌레를 테마로 한 푸딩 만들기 등,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행사도 풍성하다. 주빌레(jubilee)는 꺾어지는 해를 기념해 붙이는 말이다.

중앙일보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런던에서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축제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지 가장 큰 관건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본인의 건강이다. 올해 96세인 여왕은 최근 몇 년 간 괴로운 시절을 보냈다. 지난해엔 74년간 해로했던 남편 필립 공을 먼저 떠나보내며 마음 고생을 했다. 앞서 2020년엔 둘째 손자인 해리 왕자와 그 부인 메건 마클이 왕실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미국으로 이주하는 등, 왕실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지난해 말엔 2주 동안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며 건강 이상설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지난달 9일 다시 공식 활동을 재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중앙일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공.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플래티넘 주빌레를 맞이하는 여왕의 마음은 그러나 복잡하다. 가디언은 “여왕에게 있어 즉위식은 곧 아버지 (조지 6세의) 서거일이기도 하다”라며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날”이라고 전했다. 주빌레 때마다 힘든 시기도 찾아왔다. 루비 주빌레, 즉 즉위 40주년이었던 1992년은 그가 아예 “아누스 호러블리스(annus horribilis)”라고 부른 해였다. 라틴어로 ‘끔찍한 해’라는 의미다. 공개 석상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말을 하지 않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발언으로 통했다.

그가 ‘아누스 호러블리스’라고 부른 그해,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너 부부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그러나 이후 다이애너의 교통사고사(死) 등 계속되는 ‘아누스 호러블리스’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왕위를 지켰다. 영화 ‘더 퀸’에서 그를 연기한 배우 헬렌 미렌은 2007년 그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여왕이 수십년 간 보여온 인내심과 평정심에 경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중앙일보

1953년 6월 대관식을 치른 직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가 환호하는 국민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즉위한 것은 2월이었으나 대관식은 6월에 열렸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는 당초 왕이 될 운명이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 조지 6세가 장남 아닌 차남이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역시 어린 시절, “활달한 귀염둥이 릴리벳 공주님”이라 불리며 왕관의 무게를 감당하는 삶은 그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지 6세의 형, 에드워드 8세가 왕관 대신 로맨스를 택하면서 양위를 했고 급작스레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됐다. 그의 나이 10살 때인 1936년의 일이다.

즉위 70주년에 대해 가디언은 “부군 없이 맞이하는 첫 주빌레 행사인데다 여왕 본인의 건강 상태로 인해 존재감을 크게 빛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무려 70년을 군주로서의 책임을 다해온 이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는 점에서 플래티넘 주빌레는 영국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행사임에 틀림없다”고 전했다. BBC 역시 “영국 국민 모두에게 엘리자베스 2세는 하나뿐인 군주”라며 “많은 이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존재가 70년간 면면히 이어져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