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IP·접속시간 등 비내용적 정보 수집, 감청으로 볼 수 없어"
MB정부 불법 감청 의혹 (CG)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의 인터넷 사이트 이용자를 감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13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보안사이버수사대장 A씨와 인터넷 보안업체 관계자 B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2004∼2009년 이른바 'APT 시스템'을 이용해 조국통일 범민족 청년학생 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 사이트를 비롯한 4곳의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쓴 사람들을 감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의 회사에서 개발한 APT 시스템은 인터넷 사이트의 보안 취약점을 공격해 관리자 권한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게시판에 글을 작성한 사람의 정보를 추적하는 기능을 갖췄다.
A씨는 B씨의 회사에서 이 시스템을 납품받아 범청학련 남측본부 등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작성한 이들의 인터넷 프로토콜(IP)과 접속 시간, 웹 브라우저 정보, 참조 URL 등을 경찰청 보안국 서버에 전송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경찰청 서버에 전송시켜 저장한 정보들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감청이란 다른 사람의 대화나 통신 '내용'을 몰래 엿듣거나 엿보는 행위를 뜻하고, 통신 시간이나 장소, 횟수 등 '비내용'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IP와 접속 시간, 웹 브라우저 정보, 참조 URL 등에 대해 모두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의 대상으로 인정되는 내용적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이 취득한 정보들은 감청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논리적·기술적으로 추적 대상 웹사이트와 같은 형태의 브라우저를 전송하게 한 것으로 정보를 복제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피고인들이 전기통신의 수신자로 볼 수 있을 뿐 감청 주체인 '제삼자'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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