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연구 결과, 코로나19로부터 임산부 보호 및 태아 면역력 형성 '두마리 토끼' 잡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달 초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임산부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임산부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임상 연구 결과 임산부가 백신을 접종해도 안전하며 예방 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특히 사산ㆍ유산 등의 위험을 겪을 확률이 미접종자에 비해 훨씬 적고 태아 또한 면역력이 생겨 생후 6개월까지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기간인 2020년 1~2021년 2월28일 사이에 미국내 500개 병원에서 출산한 87만명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코로나19 감염 임산부의 사망 확률은 미감염 임산부보다 무려 15배나 더 높았다. 또 중증 위험도 즉 호흡기 삽관 확률이 14배 더 높았고 조산 확률은 22배나 더 많았다.
이에 따라 잠재적 위험성을 이유로 임산부에 대해 접종을 권고하지 않았던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6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8월 중순 각각 접종 권고로 돌아섰다. 하지만 델타 변이가 대확산하기 시작하면서 백신을 미처 접종하지 못한 임산부들의 피해는 컸다.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 중 20%가 임산부였을 정도다. 또 CDC가 지난해 11월 작성한 보고서에선 델타 변이 확산 이후 임산부의 사산 위험성이 이전 변이 확산때보다 2.7배 높으며, 임산부 사망률의 위험도는 무려 5배 늘어났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말까지 미국에서만 2만5000여명의 임산부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했으며, 이중 250명 가량이 사망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임산부들은 훨씬 안전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백신을 접종한 후 출산한 827명의 임산부들을 상대로 조사해 보니 유산ㆍ사산, 선천성 장애아 출산, 사망 등의 위험을 겪은 확률이 팬데믹 이전의 임산부들과 비슷했다. 8월 사전출판된 한 연구에서는 임신 전 또는 임신 후 20주 동안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2500명의 임산부들에게서 유산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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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백신이 임산부나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을 뿐더러 예방 효과도 발휘한다는 데이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2차 접종을 마친 임산부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강력한 방어력을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이후에도 2차례나 더 백신 접종 임산부가 미접종 임산부보다 출산전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아에 대한 보호 효과도 확인됐다. 태반을 통해 백신이 태아에게 전달돼 항체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생후 첫 달 동안 외부 바이러스에 취약한 데다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신생아가 면역력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실제 하버드 의대ㆍ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임신 기간 도중 산모가 백신을 접종한 신생아들의 경우 60%가 생후 6개월까지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전세계적으로 임산부의 백신 접종률은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약 40%대에 그친다.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백신 접종 여부가 '정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임신할 경우 산모의 면역 체계 등에 상당한 변화가 생겨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드레아 이들로우 하버드의대 교수는 "임산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폐와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쳐 잠재적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된다"면서 "(임산부의 백신 접종은) 그 어느때보다도 어려운 문제지만 정말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산부가 입원 치료 중 지난해 말 출산한 후 증상이 악화돼 사망했다. 32주차때 확진된 이 임산부는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으며, 백신 접종 기록은 없었다. 신생아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임산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자율적인 권고 수준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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