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전략 수정 불가피
재판부 따라 방역패스 판결 엇갈려
행정 4부 “효력 정지” 13부 “효력 유지”
서울서만 적용해 시민 혼란 가중시켜
정부 종합 검토해 17일 중 대책 발표
서울은 프리패스, 타 지역은 방역패스 법원의 서울 지역 대형마트·백화점 방역패스 효력정지 결정이 나온 뒤 첫 주말인 16일 방역패스 적용이 중단된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시민들이 수월하게 입장하지만,(왼쪽 사진) 방역패스가 시행 중인 경기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시민들이 접종증명을 하느라 입구에 길게 줄을 서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고양=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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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만 맞아서 미접종 상태다. 경기도에 사는데 서울에 있는 백화점에서 필요한 걸 사러 갔다 왔다.”
지난 14일 법원이 서울지역 대형마트·백화점 등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자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규모가 큰 서울의 대형마트는 방역패스 없이도 출입이 가능해진 반면 다른 지역에선 방역패스 조치가 유지된 데 따른 혼란이다. 학원에 이어 대형마트 등까지 방역패스 제외 시설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방역패스 시행을 전제로 방역전략 수정을 고심 중이다.
16일 인터넷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서울 원정 쇼핑’ 관련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보다 서울이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방역패스 기준이 없는 것 같다”, “백신패스 생기자마자 우왕좌왕이다. 부스터샷 안 맞으면 일상생활 안 될 것처럼 하더니 말이 바뀌었다” 등 비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재판부별로 방역패스가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택할 수 있는 가장 적정한 방법인지, 행정소송의 대상인지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는 “상점·마트·백화점은 이용 형태에 비춰볼 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며 “백신 미접종자들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봤다. 반면 같은 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대규모 점포 입장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종이 증명서를 제시해 출입할 수 있는 대체수단을 마련했고, 소형 점포나 전통시장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아 생필품 구매가 전면 차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4부는 복지부의 방역패스 조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며 서울시 공고에 대해서만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고, 13부는 복지부 방역조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법원이 코로나19 방역패스의 효력을 일부 정지한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시행 관련 현수막을 회수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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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는 입장을 정리해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방역패스 효력정지 결정 때처럼 정부가 방역패스 조치를 금지한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우선 법원의 상이한 판결로 서울과 그 외 지역에서 다르게 적용된 대형마트·백화점 방역패스 문제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7일부터 대형마트·백화점 등에는 방역패스 위반 시 과태료 및 행정처분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이 좀 더 안정되면 위험도가 낮은 시설부터 방역패스 적용을 해제할 방침이었던 만큼, 이 방침을 앞당길 것으로 관측된다. 또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외부 식당·카페와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는 백화점 등 시설 내 푸드코트·카페와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세여서 방역패스 해제 시설에는 인원제한 등 거리두기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미접종자 보호를 위해 방역패스를 도입했으나 이를 대신할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시민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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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방역정책 시행에 따른 근거를 수립해야 앞으로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를 불신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소송을 남발하게 될 텐데 이는 아주 큰 (사회적) 낭비”라며 “방역패스는 물론, 영업시간 제한 등의 효과에 대해서도 근거로 제시할 데이터를 만들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경·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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