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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침향, 기력 회복·심신 안정 효능…스트레스성 뇌 손상 예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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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효과 인정 받은 귀한 약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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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대표적인 약재 중 하나가 침향이다. 그 효과와 가치 때문에 역사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삼국사기'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신라 골품제 신분 계급의 사회생활 양식상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제약 중의 하나로 침향이 언급돼 있다.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하는 품목에 침향을 포함시킨 것이다.

또한 고려시대 문화 황금기를 이룬 고려 11대 왕 문종이 말기에 중풍을 앓았을 때 당시 교류가 활발했던 중국 송나라의 6대 황제 신종이 이 소식을 듣고 문종에게 질병 치료를 위한 약품으로 침향을 보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송나라 사신이 고려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고려도경'에 이 사실이 잘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통 의학을 중시하던 아시아에서는 침향을 이렇게 귀하게 여겼다.

'동의보감' 등 전통 의서에 효과 기록

침향의 건강 효과는 '동의보감'에도 잘 명시돼 있다. 허준은 침향의 성질을 설명하길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한다”고 했다.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는 침향의 활용에 대해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명시돼 있고,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몸의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그 쓰임새가 기록돼 있다.

특히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은 심신에 고루 영향을 미치는 침향의 효과를 설명한다. 여기엔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침·가래를 가라앉힌다”고 돼 있다.

사실 침향은 일반 약재처럼 식물 자체가 아니라 침향나무에 상처가 나거나 세균·곰팡이에 감염됐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을 말한다. 자연에 시간이 더해져야 비로소 침향이 된다.

침향은 한의학적으로 체내 기운을 잘 다스리는 성질이 있는 것으로 본다. 우선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린다. 구토·기침·천식·딸꾹질을 진정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침향이 처방된 이유다. 또한 몸에서 잘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복부 팽만, 변비나 소변이 약한 증상에도 두루 쓰였다. 한의학에서는 침향에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을 콩팥으로 모아 단단하게 하고 잘 배출시킨다고 설명한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침향의 성질과 효과를 이루는 핵심 성분은 첫째,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신부전 환자가 침향을 섭취했을 때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등의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침향에 있는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두 번째 성분은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켜주기 때문에 불면증 극복에도 도움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침향 추출물이 뇌의 활성산소 줄여

최근에는 새로운 효과가 추가로 밝혀지고 있다. 침향이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다. 2020년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리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 분석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그 결과, 일반 쥐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했다. 그런데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현저히 줄었다.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해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는데,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이러한 손상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을 침향이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침향을 섭취할 땐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침향 배합 제품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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