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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MS, 블리자드 82조원 들여 인수…메타버스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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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블리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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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최대 게임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를 약 82조원에 인수했다. 메타버스로 진격하기 위한 최적의 퍼즐을 찾았다는 평가다.

MS는 18일(현지시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81조 8835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디아블로·오버와치·스타크래프트 등 PC·온라인게임과 캔디 크러쉬 사가 등 인기 모바일게임 지식재산(IP)을 보유하고 있다. MS는 거래가 완료되면 자사의 게임 부문이 텐센트,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위가 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M&A)은 IT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이전까진 델(Dell)이 670억 달러에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EMC를 인수한 기록이 최고였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하며 “게임은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분야이며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게임은 글로벌 IT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다. 이용자가 크게 늘었고, 미래 컴퓨팅 플랫폼으로 꼽히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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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주요 인수합병 회사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MS 내부분석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이용자 수는 30억명(2020년 기준)에 달한다. 연간 3000억 달러(357조원, 추정)짜리 시장이다. 컨설팅업체 액센추어는 지난해 ‘게임산업 전체 가치가 현재 영화·음악시장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는 보고서를 냈을 정도다. 필 스펜서 MS게임 부문 대표는 “전 세계 30억명이 게임을 하는 게 MS가 추구해야 할 기회의 규모”라고 말했다.

PC용 윈도우·오피스를 만들던 MS는 20년 이상 게임에 투자한 원조 ‘게임 빅테크’다. 2001년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이 PC를 대체하고 거실 점령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이후 MS는 사무실을 위한 업무 도구와 거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키웠다. 콘솔기기 위주이던 게임은 2017년 월 구독모델(엑스박스 게임패스)로 전면 전환했다. 콘솔용 게임으로 기기 판매량을 늘리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구독료만 내면 PC·모바일에서도 100여종의 게임을 할 수 있게 장벽을 허물며 체질을 개선했다.

현재 엑스박스 게임패스 회원은 2500만명 이상. 이들을 포함해 월 1억명 이상이 콘솔, PC, 스마트폰, 태블릿에서 MS 게임을 즐긴다. 이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MS는 마인크래프트로 잘 알려진 게임사 모장, 엘더스크롤 개발사 베데스다를 포함한 제니맥스 미디어 등 유력 개발사를 줄줄이 인수했다. 특히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MS 게임 유니버스’에 화룡점정을 찍었다는 찬사를 받는다.

물론 MS에도 약점은 있다. MS는 콘솔 시장에선 강했지만, 모바일 게임에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블리자드는 산하에는 인기 모바일 게임 캔디 크러쉬 사가 개발사인 킹 스튜디오가 있다. 나델라 CEO가 “이번 거래는 게임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부문인 모바일에서 우리의 입지를 크게 확장할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번 거래로 MS는 모바일 게임은 물론 메타버스에도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메타버스는 요즘 IT업계 시대정신이다. 페이스북은 사명까지 메타로 바꿔버렸다.

MS는 그간 메타버스 기반 기술을 확보해왔다. 클라우드 위에서 3차원 가상공간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혼합현실 웨어러블 기기인 홀로렌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가상공간에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선 팬덤 있는 강력한 콘텐트가 필수다. 블리자드는 MS의 부스터 엔진이 될 전망이다. 블리자드의 게임은 매달 190개국에서 4억 명이 이용하는 강력한 IP 파워를 가지고 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은 “메타버스에선 콘텐트가 중요하다”며 “MS는 그간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메타버스 관련 기술력을 모두 갖춰왔는데 자기 시총의 3%가 안 되는 비용을 들여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비어있던 구석을 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게임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앱마켓으로 모바일 게임 유통을 장악한 구글·애플부터 뉴월드 같은 대작 게임을 성공시킨 아마존, 실시간 게임 스트리밍 커뮤니티에 공들여온 페이스북 등 게임을 두고 겨루고 있다. 최근엔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등 메타버스로 진화하는 게임이 등장하면서 주도권 다툼도 더 치열해졌다. 그중에서도 MS는 게임에 특히 진심이다.

한 가지 넘어야 할 고개가 남았다. 이번 초대형 인수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법 관련 규제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칸 델라힘 전 미국 연방검찰 반독점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의 반독점 기관과 해외 기관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보면 이들이 이 거래를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FTC는 엔비디아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 인수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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