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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한반도 단골 출동했던 3조짜리 美 항모, 단돈 1센트에 팔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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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 7함대의 주력 항모로 한반도에 자주 출동했던 미 항모 키티호크(CV-63 USS Kitty Hawk)가 단돈 1센트에 고철로 팔려나가는 영상이 공개됐다. 키티호크는 지난 1998∼2008년 미 7함대 모항(母港)인 일본 요코스카에서 유일한 최전방 상시 배치 항모로 활약하다 2009년 퇴역한 뒤 미 워싱턴주 브레머튼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퇴역 항모 키티호크가 예인선에 끌려 미 워싱턴주 브레머튼 해군기지를 출항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어 미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19일 48년 동안 이라크·아프가니스탄 같은 전장을 누빈 미 해군의 마지막 재래식 항모 USS키티호크가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2022년1월 해체를 위해 예인선에 끌려 미 워싱턴주 브레머튼 해군기지를 떠나는 키티호크 항모. 고철로 폐기될 키티호크는 단돈 1센트에 팔려 화제가 되고 있다. /미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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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호크함은 해체 및 고철화 작업을 위해 브레머튼 해군기지에서 텍사스 브라운즈빌을 향해 출항했다. ‘배틀 캣’이라는 별명을 가진 키티호크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엔 폭이 너무 넓어 남미 마젤란 해협까지 내려가 텍사스까지 가야 한다. 2만5000㎞에 이르는 텍사스까지의 항해엔 4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키티호크는 같은 급(級)의 재래식 항모인 존 F. 케네디(CV-67)와 함께 선박 해체(폐기) 전문업체인 인터내셔널 쉽 브레이킹에 지난해 말 각각 단돈 1센트에 팔렸다. 1961년 키티호크가 취역했을 때 든 돈은 2억6400만 달러였다. 이를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25억 달러에 달한다. 3조원 짜리 항모가 단돈 1센트에 고철로 팔린 것이다. 인터내셔널 쉽 브레이킹은 두 항모를 해체한 뒤 다양한 고철로 판매하게 된다.

조선일보

지난 2006년7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 키티호크가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항을 떠나고 있다. 키티호크는 한동안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한반도 위기 때마다 한반도로 출동하곤 했다. /조선일보 DB


미 해군은 키티호크 등을 함상 박물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민간업자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고 결국 고철 판매로 결정됐다. 1센트라는 비용이 너무 싼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과거 항모 폐기를 위해 민간업자에 넘길 때 미 해군이 수백만 달러의 돈을 지불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계약은 비교적 잘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한다. 영상을 본 국내 네티즌들은 “우리가 갖고 왔어야 하는데 아쉽다” “한국형 경항모 대신 중형 항모 개발하는데 활용했더라면...” 등의 댓글을 달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키티호크가 출항할 때 배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지역 주민과 전역 해군들이 몰렸다. 1990년대 이 항모 엔지니어로 일한 코리 어밴드 씨는 “이 배는 내 역사의 일부”라며 “친구들이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할 때 나는 지구 반대편에서 흘수선 30피트 아래 있었다”고 말했다. 전기 기술자였던 리치 브래틀씨는 “당시 몬태나주 내 고향 마을 인구의 두 배인 6000명이 승선했었다”며 “에스컬레이터를 처음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키티호크는 만재 배수량 8만5000t급, 길이 304m, 최대 폭 85m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항모’로 불렸다. FA-18 호넷 전투기와 E-2C 조기경보기 등 최대 80여대의 함재기를 탑재했다. 1980년대 대규모 한미연합 ‘팀스피리트’ 훈련에 자주 참가했고, 1990년대~2000년대 초반 북한의 각종 도발 등 한반도 위기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출동했다. 한반도에 자주 출동하면서 구 소련 핵추진 잠수함과 충돌하는 사고도 있었다. 1984년 키티호크가 대한해협에서 수면으로 떠오르던 구 소련의 빅터 1급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과 충돌했던 것이다.

빅터1급 핵잠수함은 함체 일부가 파손됐는데 뒤에 키티호크 선체에 박힌 잠수함 파편을 기념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대규모 전쟁에도 여러 차례 참전했다.





현재 미 해군에는 재래식 항모는 없고 11척의 핵추진 항모만을 보유하고 있다. 만재 배수량 10만t이 넘는 니미츠급 10척, ‘차세대 수퍼 항모’로 불리는 제럴드 포드급 1척 등이다. 건조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니미츠급은 척당 7조원, 제럴드 포드급은 16조원에 달한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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