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단독] 서학개미 TQQQ 올들어 33% 손실에도…5배 레버리지까지 투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요동치는 세계 ETF 시장 ② ◆

매일경제

최근 나스닥 급락으로 레버리지 투자자 손실이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긴축과 금리 인상 우려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발발 가능성 등 악재가 겹치며 미국 증시가 연초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사전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해외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국내에서는 일부 2배 레버리지 상품 투자만 허용하지만 미국은 3배, 영국은 5배 레버리지 상품 투자까지 가능하다. 규제의 틈새를 이용한 과도한 해외 레버리지 투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3주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상장 3배 레버리지 상품 순매수 규모는 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50개 종목 총 순매수액 중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해 과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나스닥이 14거래일 중 단 5거래일을 제외하고는 하락하고 있지만 미국 대형 기술주(빅테크) 투자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맹목적 신뢰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연초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나스닥 3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TQQQ)'다. TQQQ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도 서학개미들이 투자를 많이 해온 상품이지만 해외 주식, ETF, 상징지수증권(ETN)을 통틀어 연초 계속해서 순매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빅테크 주가 상승에 대한 맹신에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유행하는 3배 레버리지 ETF 분할 매수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학개미 순매수 4위에는 미국 반도체지수 수익률 3배를 좇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SOXL)'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ETN으로 분류되는 '마이크로섹터 팡&이노베이션 3배 레버리지(BULZ)'는 서학개미 순매수 10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3배 ETF·ETN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가 집중되고 있는 TQQQ는 지난해 100%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지만 올해 수익률은 연초 이후 -33.77%까지 떨어졌다. 반도체주 부진에 SOXL 수익률은 -39.38%로 더 나쁜 상황이다. BULZ 수익률도 -42.14%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바이오테크 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3배짜리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S&P 바이오테크 불 3배(LABU)' 수익률은 연초 -54.52%까지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2배, 3배 레버리지 ETF·ETN까지만 투자가 가능하자 일부 서학개미들이 5배짜리 상품이 나온 영국 런던거래소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런던거래소에는 테슬라, 애플 등 빅테크 개별종목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상품과 나스닥, S&P500 등 미국 대표지수 수익률 5배를 좇는 상품이 출시됐다.

5배 레버리지 상품 중에서는 특히 테슬라 3배와 나스닥 5배짜리가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5배짜리 상품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매일경제

5배 레버리지 상품(5QQQ, 5SPY)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달 런던에 5배짜리 상품이 상장되자 국내에서도 자연스럽게 거래가 이뤄졌지만 삼성증권은 5배 레버리지 상품 거래 중개에 대한 부담을 느껴 현재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100과 S&P500이 조정을 받으면서 5QQQ와 5SPY 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래에셋에서 거래 가능한 파운드화 베이스 5QQQ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8.99%까지 떨어졌다. 5SPY 수익률도 -28.59%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투자는 대세 상승장에서만 효과가 있을 뿐 조정장, 횡보장에서는 손실을 키울 뿐이라며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선물 롤오버 비용이 있어 장기 투자에 오히려 불리하다.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은 "나스닥 하락세가 조금 더 지속되면 서학개미들의 TQQQ 투자 원금이 반 토막 날 것"이라며 "레버리지 ETN은 시장 리스크가 커지면 발행한 증권사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지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