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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정치권 `35조 추경` 허용하면…느슨한 재정준칙도 못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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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안 14조 국회 제출…증액시 적자국채 발행 불가피

빚 더 낼수록 국가채무·통합재정수지적자 비율 치솟아

재정준칙 국회 논의도 하세월…현 정부 도입 힘들 듯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편성되자마자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재원 마련 대안도 없는 증액 요구는 적자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 요구대로 35조원에 이르는 추경안을 짠다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 범위도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재정 여건으로 내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추경 증액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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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경기도 수원시 매산로테마거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추경 증액에 대한 입장을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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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소상공인·방역 지원을 위한 14조원 규모의 원포인트 추경안을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300만원 지급에 9조6000억원, 손실보상 소요 보강에 1조9000억원 등이 각각 투입된다.

정부 추경안 발표 후 정치권은 일제히 증액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5조원 추경안을 제안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50조원을 데드라인으로 규정했다. 정부안보다 최소 21조원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여야가 한뜻인 만큼 다음달 7일부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논의할 추경안의 증액 가능성은 적지 않다. 하지만 재원은 적자국채 발행 외엔 마땅한 방법이 없다.

나랏빚이 늘어나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 정부는 재정 악화에 대응해 2020년 12월 말 한국형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 제출한 바 있다. 이는 국가채무나 통합재정수지가 악화할 경우 건전화 대책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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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한도 계산식. (이미지=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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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식은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각 기준(60%, -3%)으로 나눠서 서로 곱한 값이 1보다 작거나 같으면 건전성을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 비율 50.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2.5%)을 했을 때 값은 0.694로 1에 크게 못 미친다.

추경 기준인 국가채무 비율 50.1%,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2%로도 0.891 수준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추경 14조원 규모를 재정준칙 산식에 계산해보면 범주 내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추경 규모를 크게 늘리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이 후보 주장대로 35조원 추경 편성 시 증가분 24조원을 모두 적자국채로 충당한다고 가정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51.5%까지 높아진다. 24조원이 모두 지출에 반영되기 때문에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추경안 68조1000억원에서 89조1000억원으로 늘고 비율은 4.2%까지 치솟는다. 이 때 재정준칙 산식은 1.202로 기준을 한참 웃돌게 된다.

재정준칙 발표 당시 야권에서는 느슨한 기준이라고 비판했는데, 도입 예정 시기인 2025년보다도 3년이나 앞서 해당 기준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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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분간 국가채무 증가세는 계속되는데 국회의 재정준칙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 점이다. 대선 정국에 휩싸인 여야 입장에서는 적자국채 발행의 발목을 잡을 재정준칙이 눈엣가시이기 때문이다.

다음 정부에서도 재정준칙 도입이 흐지부지 될 경우 재정건전성을 지킬 최소한의 장치도 사라지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도입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빠른 국가채무 증가세는 해외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사실상 이번 정부 재정준칙 도입은 물 건너 간 상황”이라며 “재정건전성은 여야 구분 없이 노력해야 할 과제로 국민들도 정치권에 재정건전성 강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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