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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뉴스AS] 3월 대선 코앞에 두고…‘심판 2명’ 사라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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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선관위 덮친 상임위원 논란

한겨레

제20대 대통령선거를 50일 앞둔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선상 투표지를 수신하고 봉함ㆍ출력하는 장비인 실드팩스(SHIELD FAX)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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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가 상임위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해주 상임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비상임으로 임기를 이어가려다 중앙선관위 직원들의 반발로 결국 사퇴한 것이다. 국민의힘 추천 몫인 문상부 중앙선관위원 후보자도 조 상임위원의 사퇴에 맞춰 후보자 신분에서 물러났다. 중앙선관위는 두 자리를 공석으로 둔 채 ‘7인 체제’로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조해주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연장에 선관위 직원 집단반발


조 전 상임위원은 임명 당시인 2019년 1월부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청문회 보이콧과 릴레이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중앙선관위 기획조정실장, 선거실장 등으로 일했던 그가 퇴직 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명선거특보’를 지낸 것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백서에 기록돼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그는 “공명선거특보로 활동한 적이 없고 이름이 올라간 건 행정착오”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의 반발은 계속됐다. 결국 문 대통령은 청문회 없이 선관위원 임명을 강행했고 곧바로 중앙선관위에 상근하며 선거 업무를 총괄하는 상임위원에도 취임했다.

그의 상임위원 임기 말에는 ‘알박기 논란’이 불거졌다. 선관위원의 임기는 6년이지만 상임위원을 할 경우 3년 근무하고 사직하는 관례를 깨고 문 대통령이 조 전 위원의 사의를 반려하고 비상임위원으로 나머지 임기를 이어가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사의 반려가 대선을 앞두고 중앙선관위를 안정적으로 꾸리기 위한 ‘선의’였다며 ‘알박기 논란’이 불거진 데 유감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조 전 위원의 사의가 반려되자 선관위 내부에서도 강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지난 20일 중앙선관위 직원 350여명이 조 전 위원에게 사퇴 요구 의견을 전달했고,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대표단이 사무총장을 면담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다음날 조 전 위원은 내부 게시판에 “일부 야당과 언론의 정치적 비난 공격은 견딜 수 있으나 위원회가 짊어져야 할 편향성 시비와 이로 인해 받을 후배님들의 아픔과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위원회 미래는 후배님들에 맡기고 이제 정말 완벽하게 선관위를 떠나련다”는 글을 올리며 떠밀리듯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

조 전 위원이 사퇴하자 국민의힘이 추천한 문상부 중앙선관위원 후보자도 사의를 밝혔다. 문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저는 후배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선관위를 살리기 위해 선관위 위원으로 복귀하고자 했으나, 용기 있는 후배님들 덕분에 선관위가 다시 살아난 지금 이미 그 목적이 달성됐기에 기쁜 마음으로 위원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 저는 후배님들이 한없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을 지낸 문씨는 야당 몫 선관위원으로 추천돼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마쳤지만 본회의에 임명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씨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관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당원으로 가입한 전력을 문제 삼아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며 반대했다. 조 전 위원이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명선거특보’를 지냈던 전력을 공격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가입 이력이 있는 문씨로 맞불을 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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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 24일 청와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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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명 위원이 상임 맡는 게 관례지만…편향성 논란 재연 우려


중앙선관위원이 당장 충원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대선은 ‘선관위원 7인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몫의 중앙선관위원 임명에 대해 대선이 임박한 데다 인사청문회 등 절차에 시간이 걸린다며 대선 전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을 방침이다. 상임위원도 호선으로 결정될 문제지, 청와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2일 조 상임위원 후임 지명 계획에 대해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셔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청문회 등 임명 절차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고려할 때 후임을 현 시점에서 임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야당 몫 후보자 추천을 미루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청와대에서 임명을 어떻게 하는지 상황을 본 뒤에 대처할 방침이다. 청와대가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을 누가 맡을지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3명,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여당·야당·여야 공동 추천 1명씩),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으로 구성되는데, 통상 호선을 통해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사가 상임위원을 맡았다. 관례상으로는 문 대통령이 지명한 이승택·정은숙 위원 중 한 명이 상임위원으로 유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제2의 조해주 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여야 합의로 추천한 조병현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 회의에서 “노정희 선관위원장을 포함해 9명 위원 중 8명이 친여 성향 일색인데도 단 1명의 야당 추천위원마저 현재 민주당 반대로 공석인 상태”라며 “문 대통령은 60년 만에 선관위에서 일어난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 담보된 새로운 내각을 즉각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0일 17개 시·도 선거관리위원회 간부들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만나 중립적인 상임위원 선임을 요구했다고 한다.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간부는 24일 <한겨레>에 “어떤 특정 인물이 안 된다는 주장이 아니라, 편향적이라는 비판받을 인물을 임명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대선을 불과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중앙선관위가 7인 체제로 운영되고 상임위원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 대선 관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원들은 모두 상근이 아니고 상임위원 한명만 상근직인만큼 역할이 막중한데 대선을 앞두고 심판 자리가 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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