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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1만4000원 최소주문금액, 배달비·수수료 빼면 1400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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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황예림 기자, 양윤우 기자] [배달료연쇄인상]

"최소금액으로 주문들어오면 1400원 남습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한식당에서 만난 사장 박모씨(60)는 '배달료'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부담스럽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씨는 "지금 배달료가 5000원인데 이 가운데 3000원은 고객에게 받고 2000원은 우리가 부담한다"며 "여기에 카드수수료, 포장비, 재료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박씨 가게의 배달 최소주문금액은 14000원이다. 소비자들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지만 정작 그에게 돌아가는 순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씨는 "수익이 나려면 3만원 정도는 주문이 들어와야 하고 최소주문금액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남는 수익은 1400원으로 10% 정도인 셈"이라고 했다.


치솟는 배달비에 남는 건 10%…"젊은층은 배달비 인상에 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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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서 배달기사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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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와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방문 손님이 줄며 배달을 이용할 수밖에 없지만 배달 수수료, 재료비 등을 부담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한다. 인상된 배달료에 소비자들이 주문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자영업자들도 적잖다.

기본배달료는 지난해 초 3000원에서 올해 초 5000원까지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배달대행업체들은 이달 배달 수수료를 500~1000원 인상했다. 기상악화, 거리 등 할증이 붙으면 부담은 더 커진다.

강남구에서 5년째 중국집을 하고 있는 김모씨(38)는 1만원짜리 주문을 받으면 수익은 2000~3000원 정도라고 했다. 그는 "배달을 하면 거의 남는 게 없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배민원(배달의민족 단건 배달)으로 주문을 받으면 매장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것보다 남는 게 더 없다"고 했다.

김씨는 "배민원의 경우 음식 하나를 빠뜨리고 보내면 고객에게 다시 보내려고 할 때 주문가격 전체의 절반을 떼어가 버린다"며 "가게 실수이긴하지만 1만3000원짜리 주문에 6000원이나 배달료를 챙겨갈 때가 있어 너무하다"고 했다.

현장에선 배민과 쿠팡이츠의 '단건배달' 경쟁이 라이더 공급난을 부추겼고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에서 고깃집을 하는 40대 신모씨는 "배달업체들의 치킨게임 출혈 경쟁 피해를 고스란히 업소들이 보고 있다"며 "젊은 10~30대들은 배달료 인상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라고 했다.


직접 배달할까 고민해도, 버티려면 배달앱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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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식당가 밀집지역에서 배달원이 음식 배달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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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일식집을 하는 유모씨(56)는 직접 배달을 나서는 것까지 고민했다. 5년 전만해도 본인과 배달원 1명이 번갈아 배달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고객들이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있어 포기했다. 유씨는 "배달팁이 2500원인데 우리 가게는 평균 배달료가 4000~6000원으로 책정된다"며 "절반은 자영업자들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오른 배달 팁에 높아진 소비자들의 불만도 자영업자의 몫이다. 유씨는 "지난 2일부터 초밥세트 가격을 1000원 올렸는데 고객들 불만이 폭주했다"며 "'자주 시켜 먹었는데 가격이 올라 찾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음식값을 올리는 게 배달료를 올리는 것보다는 저항이 낮아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냉면집 사장 김씨도 "장사가 워낙 안 되다 보니 '배달팁 무료'로 홍보를 하는 곳들도 있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장사를 이어가려는 거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영업을 하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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